등록 : 2005.08.23 17:32
수정 : 2005.08.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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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숙인이 늘고 있는 반면, 지원은 부족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104개의 노숙인 쉼터 중 여성·가족 쉼터는 11개소에 불과하고 여성전용상담보호센터는 고작 1개소 뿐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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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쉼터 거주자 6년새 2배
그 중 절반이 자녀 동반…가정폭력 피하려다 거리 신세
여관 거주 노숙인 지원 못받고 “주소 불명” 모자가정 지정안돼
여성 노숙인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시기 이후 폭증한 전체 노숙 인구는 2002년을 기점으로 잠시 주춤한 적이 있지만 여성 노숙인구는 줄어들 새도 없는 증가 추세다. 서울시만 해도 1999년 신규발생 노숙인 전체 6130명 가운데 271명으로 4.4%이던 여성노숙인구가 2003년부터 매년 300명선으로 신규노숙의 14%대에 육박하고 있다. (표참조)올해 5월 현재 서울시 쉼터에서 거주하는 여성노숙인 인구는 168명. 1999년 77명에서 6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2월 161명보다 더 늘어나 계절적인 영향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전용 쉼터도 준비가 미흡하다. 전국 104개의노숙인 쉼터 중 여성·가족 쉼터는 11개소에 불과하고 여성전용상담보호센터는 고작 1개소 뿐이다.
정보 부족, 성매매노출= 지난 23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연 ‘여성노숙인의 현실과 제도적 지원방안 관련 세미나’에서는 여성 노숙인 문제와 해결책들이 제시됐다. 임영인 신부(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 소장)는 “남성노숙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 생활이 위험한 여성노숙인들은 거리보다는 여인숙, 사우나, 종교집회장 등 불안정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노숙인의 통계에는 적은 수만이 보고되어 왔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노숙인복지회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은 여성 노숙인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하철역 등지에서 성폭력의 위험 때문에 남성 노숙인과 섞이지 못하는 여성들은 노숙인 집단에서 유통되는 정보(무료급식소, 아웃리치 상담센터 등)가 없고, 남성 집단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은 일명 ‘꽃꼬지’라고 부르는 강간이나 성매매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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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신규노숙인 등록자의 남녀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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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모자 노숙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온 여성 노숙인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체노숙인은 올해 6말 현재 4537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노숙인은 299명(쉼터 279, 거리 20명)이다. 노숙인 쉼터 보호 아동은 116명. 5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엄마와 함께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다. 전체 여성 노숙인의 절반 조금 못 되는 수치가 아동을 동반한 한부모 여성 가장인 셈이다.
서 소장은 “모자 가정의 노숙인 쉼터 입소 사유는 77.8%가 가정폭력이 원인이며, 입소자의 55.6%가 가정폭력시설등 여성복지시설 이용 후 입소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여성가족부 등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 쉼터는 숫자도 적고, 거주기간도 최장 1년 가량으로 짧아 거주 기간이 끝나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노숙인 쉼터로 유입되는 경향이 많다. 경찰에 신고되는 가정폭력 사건만 해도 연간 1만6400여건인 데 비해 전국 가정폭력상담소는 211개소, 쉼터 48개소 정도로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문제 해결 이후에 주거 대안이 없는 빈곤층 여성은 곧바로 노숙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고 전한다. 가정폭력이 주로 발생하는 시간대인 밤시간에 여성과 아동이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드롭인 센터(일시보호센터)는 전국에 1군데 뿐. 밤시간대에 위기 상황에 노출된 빈곤 여성들이 아이를 데리고 노숙에 나서기 십상이다.
담당 부처의 혼재= 여성 가장 김아무개씨는 2달 전 협의이혼하고 여관에 살면서 저소득 모자가정 신청을 했지만 주소 불명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노숙인이라면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을 텐데, 노숙인도 아니면서 집도 없어 모자가정 신청도 못 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부자복지법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는 여성가족부고, 노숙인 문제 소관부처는 보건복지부로 나뉘어져 때문에 아동 동반 여성 노숙인에 대한 지원 체계는 현실적으로 매우 모호한 상태다. 주소가 불분명한 여성을 노숙인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도 논란거리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주소 불명 여성이 지원받을 체계가 없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한성공회 살림터 남철관 총무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증가, 가출, 신고 등을 감안할 때 여성 노숙인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사회적으로 좀더 포괄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글·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열린여성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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