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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14:00 수정 : 2005.01.25 14:00

서울YMCA의 이사회가 개최된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 YMCA회관 앞에서 5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여성 참정권 확보를 위한 촛불예배’를 열었다. 김미영 기자



[현장] YMCA 참정권시위…Man은 사람인가, 남자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 시민단체는 여성들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지 않다. 피선거권은 물론이다. 회원 자격은 ‘2년 이상 회비를 납부한 세례교인’으로 남녀를 불문하지만, 총회에는 참석할 자격이 없다.

서울기독청년회(YMCA)는 남성회원들을 위한 성역인가. 세계YMCA연맹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회원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서울YMCA의 총회를 앞두고 회원들의 ‘참정권 보장’ 요구가 봇물치고 있다.

지난 3년간 ‘참정권’을 요구해온 ‘서울YMCA 성차별 철폐를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위원장 김성희 이석행)’는 서울YMCA의 이사회가 개최된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 YMCA회관 앞에서 5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여성 참정권 확보를 위한 촛불예배’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는 2월 말에 열리는 102차 총회에서도 여성 회원의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총회를 무산시키는 한편 세계YMCA와 전국YMCA에 서울YMCA의 제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YMCA의 4만여명의 회원 가운데 60%, 자원봉사자의 90%가 여성이지만 이들에게 총회 의결권과 선거권, 피선거권 등의 자격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지난 2002년에도 여성참정권 배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100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여성참정권 인정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이사회는 현재까지 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YMCA 이사회는 향후 열릴 총회에 부쳐보겠다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YMAC는 현재 25명의 이사진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남성으로서 서울YMCA의 행태가 부끄럽다”

“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이사회에서 수용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느냐? 서구에서는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서울YMCA는 회원의 대부분인 여성과 협력하기는커녕 정의롭지 못한 폭력과 성차별 등 불법적인 행위로 일관하고 있다.”

추위를 뚫고 촛불예배에 참석한 50여명의 회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YMCA를 성토했다. 이날 예배를 주관한 연대회의쪽도 “총회 헌장에도 회원 자격은 ‘2년 이상 회비를 납부한 세례교인’이어서 여성을 배제할 근거가 없다”며 “이사회쪽이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헌장에 나와있는 정회원 자격요건 중 ‘맨(Man)’을 ‘사람’으로 해석하지 않고 ‘남성’으로 해석해, 똑같은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여성회원들에게 총회 참석을 배제하는 일은 다른 지역은 물론 전세계 기독청년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5월 “서울YMCA가 여성회원들에게 총회 의결권과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 행위로 평등권 침해”라며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전세계 기독청년회에서는 유례없는 일!

▲ 김성희 연대회의 대표.
이날 예배에서 김성희 연대회의 대표는 “한국YMCA도 지난해 5월과 12월 서울YMCA에 권고문을 보내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고, 회원들의 대다수도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 이사회는 남존여비 사상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총회에서 결정된 것을 이사회에서 수용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하극상”이라고 꼬집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대표도 “청년YMCA부터 활동해온 남성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이사회는 여성회원에게 총회 참정권을 주게 되면 자신들이 현재까지 누렸던 각종 혜택과 기득권을 뺏길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여성운동을 하며 여성이 정치세력화하자는 운동은 많이 해봤어도 참정권을 달라는 운동은 처음”이라며 “한국근대시민사회의 맏형 격인 YMCA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 시청자운동본부에서 활동중인 정명희씨는 “여성회원들이 지금의 YMCA의 위상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으며, 지도자를 자신의 손으로 뽑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이라며 “그럼에도 여성의 회원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회비를 납부한 세례교인이면 누구나 참정권을 가질 수 있다”며 이사회를 맹렬히 비난했다.

▲ 서울YMCA는 100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여성참정권 인정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이사회는 현재까지 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미영 기자


연대회의, “끝까지 투쟁하겠다!”

연대회의의 참정권 보장 요구시위는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선두에는 대학시절부터 YMCA 활동을 해온 김성희 대표가 있었다. 6년동안 직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3년 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폐해를 알았고, “옳지 않다.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참정권 보장 시위를 주도해 왔다. 그는 “여성참정권이 확보돼 여성이 총회와 이사진에 진출하게 되면 서울YMCA의 보수화를 주도해온 소수 이사진의 독점적 지배체제에 균열을 줄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지금의 운동은 서울YMCA 개혁운동, 더 나아가 사회개혁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YMCA의 보수화 원인에 대해 “3천억원이 넘는 돈을 사유화하려는 데서 권력이 형성된 것 같다”며 “또 보수적인 감리교 교단에서 서울YMCA 이사 직책을 갖고 있어 보수적인 관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다음달 26일 열리는 102차 총회까지 이사들이 장로로 있는 교회를 직접 찾아가 신도들에게 이사들의 행태를 알리는 등 이사 개개인을 직접 대면하고 항의하겠다”며 “그럼에도 여성의 참여 없이 총회가 진행될 경우 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은 물론 서울YMCA 제명운동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성희 연대회의 공동위원장과 총회 참석권을 갖춘 여성회원들은 예배 도중 회관 7층에서 열린 이사회장에 직접 들어가 여성에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상덕 서울YMCA 기획행정국장은 “오늘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여성 참정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25일 결정사항을 공시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해 태도변화가 주목된다.

여성참정권의 역사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한 역사는 겨우 100여 년에 불과하다. 1789년의 프랑스 시민혁명에서 공포된 ‘인간의 권리선언’에서도 여성의 참정권은 배제됐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처음 불붙기 시작한 것은 1848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여성권리대회 때다. 그로부터 수많은 여성들이 투옥되는 등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 시작됐지만 제일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가 최초이며 그 다음이 1902년의 호주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하는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에야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

이후 남태평양 지역과 회교도 지역 국가 등으로 이어져 1970년대까지 100여개 국이 넘는 국가에 여성 선거권이 허용되기에 이른다.

지금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고 있으나 중동의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예외다. 쿠웨이트의회는 1998년 여성에 대한 선거 및 피선거권 부여 법안을 놓고 수개월간 논란을 벌인 끝에 표결까지 갔으나 의회 과반수인 33표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부터 여성들의 참정권을 보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성명서]서울YMCA의 여성참정권 확보를 위한 촛불 기도회를 시작하며

 

“여성회원 참여 없는 102차 총회 절대 반대한다!”현행 서울 YMCA 헌장은 여성회원에게 총회원권을 주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전 서울YMCA 100차 총회에서는 이후 모든 총회에서는 여성회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한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YMCA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YMCA 이사회는 작년 101차 총회에서 여성회원들의 총회장 출입을 무력으로 막고 10분만에 총회를 끝내버리는 불법을 단행하더니 이제 102차 총회를 또 다시 남성들만 참여하는 총회로 만들고 다시 여성참정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묻겠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시민단체에서 일어날 수 없는 믿기 어려운 상황 앞에 직면한 우리는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서울YMCA는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로서 설립 초기부터 남녀노소, 양반과 평민이 차별없이 참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일제하 민족독립운동, 그 시퍼런 군사독재 치하에서도 빼앗긴 민주사회와 시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투쟁하였던 단체였다. 그런데 누가 지금에 와서 그 훌륭한 선배들이 오랫동안 땀흘려 가꾸어 온 서울YMCA를 성차별로 얼룩지게 하여 그 명예를 실추시킨단 말인가?

 

우리가 주장하는 여성참정권의 문제는 단순히 총회 참석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늙고 낡아 ??어서 고여 있는 서울YMCA의 조직, 이사장을 비롯한 소수 이사진들에 의해 사유화되어 민주적인 의사소통 채널조차 가로막혀 있는 서울YMCA를 개혁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이 조직이 초기 기독교사회운동체로서 회원성, 청년성, 기독성을 갖춘 조직으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함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서울YMCA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집단,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칼 기독운동체와 가부장적인 관행이 팽배한 기성교단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표출된 사회문제임을 분명히 알리고자 한다.

 

그러므로 ‘서울YMCA 여성참정권 확보 운동’은 서울YMCA 조직 내부를 개혁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YMCA의 자신과 동력을 우리 사회 교계와 지역사회 곳곳에 존재해 있는 차별과 불합리성, 가부장 문화의 벽을 헐고 성평등과 민주적인 사회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운동을 확대해가는 일임을 밝힌다.

 

이에 ‘서울YMCA 성차별 철폐를 위한 회원연대위원회’는 이번 102차 서울YMCA 총회를 앞두고 정의로운 변화를 이끌고 관습에 도전하는 슬로브핫의 딸들처럼 용기를 내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의 주장

 

- 여성회원 참여 없는 서울YMCA 102차 총회 절대 반대한다!
- 102차 총회 여성참여 위해 서울YMCA 이사회는 즉각 절차를 이행하라!
- 남성들만 참여하는 102차 총회, 여성참정권 문제 상정 절대 반대한다!
-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마저 무시하여 성차별로 얼룩직 서울YMCA, 현재 이사진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우리는 이 운동을 위해 전국YMCA, 범 여성계와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끝까지 힘을 모아 갈 것이다.
2005. 1. 24
서울YMCA 성차별 철폐 회원 연대회의(위원장 김성희/이석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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