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교제’를 한 경험이 있는 10대들을 만나 2년 동안의 연구를 거쳐 책을 펴낸 김고연주씨. 그는 원조 교제를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공고한 결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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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소중한 존재라고…”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이면서 동시에 ‘여성’인 10대 소녀들은 흔히 사회적 약자로 노출되기 쉽다. 김고연주(27·연세대 박사과정)씨는 지난 2년 동안 10대 소녀들 가운데서도 ‘원조 교제’를 한 이들을 주로 만났다. 최근 펴낸 <길을 묻는 아이들-원조 교제와 청소녀>(책세상)란 책에서 그는 우선 ‘청소년 성매매’와 ‘원조교제’를 구별해주기를 바랐다. 청소년이 포함된 모든 종류의 성매매를 ‘청소년 성매매’라 칭한다면, ‘원조 교제’는 성인 남성과 미성년 여성이 개인적으로 성을 매매하는 때에 한정된다는 까닭에서다. 10대 소녀들은 물질만능의 자본주의가 횡행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생각보다 쉽게 ‘원조 교제’의 늪에 빠지는 듯했다. “원조 교제는 반쯤은 연애라고 볼 수 있어요. 경제력이 있는 남성이 나이 어린 여성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하면서 연애 내지는 성관계를 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요.” 아이들은 솔직했다고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원조 교제’를 한다고 가감없이 털어놨다. 성매매 방지법을 거론할 때 자주 성매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이 일을 선택한 것인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런 아이들의 ‘증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성을 경원시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산할 줄 알며, 소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유일한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김고씨는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아이들의 존재를 부끄럽게 여기고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정면에서 바라보고 해법을 찾는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너는 소중한 존재다, 가치있다는 얘기를 아무도 그들에게 해주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면 함부로 자기 삶을 망치지는 않겠지요. 원론적으로 들리겠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심을 확대시켜야죠. 사회적 지원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늦기 전에요.” 작년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원조 교제’ 적발 건수가 2001년 1255건에서 2002년 1270건, 2003년 1349건에 이어 2004년 8월말 1179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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