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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8:09 수정 : 2005.01.26 18:09

올해 새로 뽑힌 여성단체의 대표들. 여성단체 대표들이 한꺼번에 ‘물갈이’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왼쪽부터 한국여성 민우회 권미혁, 최명숙, 유경희 대표.



현장서 굵은 잔뼈들
여성계 통뼈로 우뚝

여성계에 ‘자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총회를 열고 새 대표를 뽑았다. 이처럼 여성단체의 대표들이 한꺼번에 ‘물갈이’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통상 이들 단체는 대표들이 연임을 하거나 새 대표를 물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 단체들은 한국 여성운동의 핵심 세력이자 실질적인 의제 생산자들이다. 호주제, 성매매방지법,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 제기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이슈화시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왔다. 단체들이 배출한 정·관계 인물들도 많다. 한명숙(민우회)·지은희(여연) 전 여성부 장관과 이미경(여연)·이경숙(민우회, 여연) 열린우리당 의원이 모두 이들 단체의 대표를 지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화여대 운동권 출신인 탓에 여성계의 좁은 인재풀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이화여대 출신인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까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특정 대학 출신 지도자들의 시대가 일단 막을 내리는 듯 보인다.

▲ (왼쪽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영미, 정현백, 남윤인순 대표.



대부분 노동·상담현장 출신

반면 단체의 새 대표를 맡은 이들은 노동·상담 현장에서 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표들의 변화는 여성계가 좀더 여성의 현실과 가까운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지표명 같기도 하다. ‘현실’에 방점을 두려는 여성운동계의 시도는 자연스레 현장출신 새 대표의 영입으로 이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신임 박영미 대표는 부산지역 활동가 출신으로, 지역여성운동과 현장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유경희 새 상임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92년부터 13년째 민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상담부장, 사무국장, 가족과성상담소장 등을 거친 현장 활동가 출신. 가족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여성계에서 일찌감치 한부모가족의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기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유 대표는 “앞으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나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담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서 새바람 기대감 솔솔

▲ (왼쪽부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최상림 대표.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대표. 매일노동뉴스 제공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최상림 신임 대표도 마찬가지다. 99년 전국여성노조 추진위원장과 초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문가 출신인 그는 비정규직 권리찾기, 학교비정규직 투쟁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운동을 이끌면서 4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전국여성노조를 5년만에 5천여 조합원으로 확대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신임 대표도 인천 지역에서 현장활동가로 일해 지역 사정에 눈이 밝은 인물이다.

이처럼 ‘현실’과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각 단체의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여성빈곤방지·지역역량 강화·국제연대 활성화 등을 새해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서울 조직이 중심이 된 운동방식을 벗어나 지역에서 새 바람을 몰고 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남윤인순 대표는 “앞으로 여성단체연합에서 개별 사안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 대신 지역여성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폭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회장직을 둘러싼 내홍이 가라앉지 않아 법정 공방까지 벌이며 분열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다음달 말쯤 기자회견으로 단체 내분에 대한 입장과 경과를 밝힐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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