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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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인력이 국력이다, 출산이 애국이다.’ 지난 26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가 서울 정신여고 대강당에서 연 제41회 전국여성대회의 주제였다. 우리나라 최대 여성조직의 행사답게 이날 대회장엔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각계 거물들이 두루 참석했다. 전국에서 온 1500여명의 참석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여성이 앞장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출산율 감소를 “퇴폐적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결혼이 선택이 될 수 없고, 출산은 여성의 창조적 의무”라는 구호를 외쳤다. “육아를 사회참여의 장애로 인식해 독신과 적은 수의 자녀를 선호하는 젊은이의 사고를 불식시키겠다”며 대대적인 출산장려 운동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지난 21일 서울 언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은방희 여협 회장은 ‘출산이 애국’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운동이 불임 여성들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아이 낳는 일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여성의 의무”라며 “큰 일을 할 때 (아이를 못 낳는) 소수자까지 배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삶의 보장은 한 사회의 민주화 정도를 결정짓는 가늠자다.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섬세하지 못한 집단주의적 강박은 자칫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기도 한다.“출산은 애국”이란 출산장려 운동의 구호는 “둘도 많다!”던 숨가쁜 1970년대 산아제한 운동 구호와 방향만 다를 뿐 거리가 멀어 보이진 않는다. ‘내 아이 키우는 일’에는 구호에 앞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정부마저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보완과 보육의 사회분담에 앞장서고 있는 이때, 사려깊지 못한 출산장려 운동이 도리어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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