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세계시장에 도전하라” 인재전략 전문가 조세미씨
|
“도전없이 기회 포기하지 말아야!” “한국 여성들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정말 많아요. 일상에서 차별과 장애를 극복해본 경험이 있어서 강하고 진취적이에요. 한국은 절반의 인재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어요.” 최근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해냄)란 책을 펴내며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인재전략 전문가 조세미(39)씨. 그는 한국 여성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조씨는 세계적 컨설팅 기업에서 인재 전문가로 일하다가 최근 캐나다에 둥지를 틀고 독립 컨설턴트 겸 커리어 코치로 맹활약중이다. 미국에서 엠비에이를 마친 뒤 지난 95년부터 미국의 부즈 알렌&해밀턴 싱가포르 사무소, 맥킨지 실리콘밸리·런던·한국 사무소, 하이드릭&스트러글스 런던사무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컨설팅 회사에서만 8년을 일했다. 특히 지난 97년부터 2년 동안은 맥킨지에서 벌인 ‘숨은 한국의 인재 찾기 작전’이란 프로젝트를 맡아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자연히 한국 인재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꿰뚫게 됐다. 그가 쓴 책은 일종의 인재 전략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다. 훌륭한 능력을 가진 한국의 인재들이 왜 세계 시장에서 선택받고 있지 못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았다. 책을 쓰겠다는 얘기를 듣고서 외국인 친구들은 “꼭 필요한 책”이라며 찬사를 보냈지만, 한국인들은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게 문제가 됐다. 여성이 쓰는 경제·경영서가 잘 ‘팔리지’ 않는다며 한 출판사에서는 성공담을 쓰길 바라기도 했다.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유명세를 타기 쉬운 ‘커리어 우먼 성공담’보다는 유명 컨설팅 기업에서 배운 대로, 전문가의 눈으로 인재 전략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인재, 왜 세계시장에서 선택 못 받나?
한국, 왜 인력 투자에 비해 효과 못 보나?
학력과 영어보다 중요한 건 ‘열린마음’ 한국 인재들이 세계 시장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로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아이비리그의 학력보다, 유창한 영어발음보다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조직 문화는 ‘나와 다른 남’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가지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가 만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 한국에 나와있는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에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일을 접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은근한 사회적 차별을 견디지 못한데다, 미국 백인이 아닌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고 했다. “유교 사상에서 비롯한 겸손함이 있는 반면 속으론 학연, 지연 등 연줄로 묶인 끈끈한 정서가 있어서 연줄이 없는 여성들이나 외국인들을 쉽게 ‘왕따’로 만들어버리곤 하거든요. 나와 다른 남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좀 서툴러요.” 조씨는 지금 한국이 인력에 쏟는 투자에 비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이 일찍 퇴직하거나 직급이 높아질수록 살아남기 힘든 ‘유리천장’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남성도 문제지만, 여성도 도전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두 딸을 두고 있는 조씨는 현재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2주 일정의 강연을 하고 있다. 그가 존경하는 ‘멘토’는 인재 발굴 회사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의 윤경희 부회장. 윤 부회장 역시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은 아시아계 출신으로 16년 동안 금융부문에서만 일하다 과감하게 다른 분야의 회사로 옮기는 ‘도전’에 성공한 세계적 여성 인재다. “남성들도 문제지만 여성도 진취적인 기상을 가졌으면 해요.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여성 스스로 가장 이상적인 삶을 결혼으로 얻는 ‘편안한 삶’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거든요. 어떤 삶을 사느냐는 선택사항이지만, 도전 없이 자기 기회를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