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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2 16:47 수정 : 2005.11.23 13:55

성폭력피해자, 세상에 아픔을 말하다

“성폭력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사회가 미웠다. 나는 더 많은 사람, 특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고, 더 이상 내 피해가, 내 고통이 두렵지 않다.”(파란세상)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온라인 공간에 자신의 성폭력 경험담을 띄우는 ‘온라인 성폭력 피해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처음으로 열고 있다. ‘개인적 불운’ 정도로 묻어두었던 일을 성폭력으로 다시 정의하고 아픔을 치유하며 이를 사회에 알리려고 연 행사다. 상담소는 지난 1993년부터 비공개로 1, 2회 성폭력피해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열어왔다. 온라인으로나마 바깥에 이를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성폭력상담소 첫 온라인 공개대회

상담소쪽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는 말을 쓴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들을 ‘피해자’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적극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하려는 이유에서다. 이번 온라인 대회의 주제는 4가지. 내 경험 말하기, 가해자 고발하기, 가해자 혼내주기,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다. 20일까지 모두 40여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성폭력의 형태는 취학 전 아동 성추행부터 대학생 때 겪은 데이트 성폭력까지 다양하다. ‘파란세상’이란 아이디의 여성은 어린 시절 성폭력의 경험담을 어머니에게 말한 뒤 “이 얘기 엄마 말고 누구한테도 하지마. 너랑 결혼할 사람이라도 이야기하면 안돼”라는 이야기를 듣고 “원망스러웠다”고 밝힌다. ‘이채’라는 아이디의 여성은 네번의 성폭력 경험을 글로 풀어낸 뒤 말하기의 힘겨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치유돼가는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여성도 있다. “때론 일상을 잘 해나가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때론 내 옆 친구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랑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오는 26일 성폭력추방주간(11월25일~12월10일)을 맞아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그녀들의 소란, 공감의 세상을 열다’라는 본행사를 연다. 이날은 5명의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등장해 피해 경험을 직접 이야기한다. 150여명 참가자 전원이 함께 하는 퍼포먼스와 상담, 아픈 마음 달래기 등의 행사도 이어진다. 남성 참여는 전체 참여자의 10% 미만으로 제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지선씨는 “대회를 통해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장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www.sisters.or.kr/speakout/)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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