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2 16:49
수정 : 2005.11.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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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17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이 함께 연 ‘이혼은 가족해체인가’ 토론회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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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제의 법제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지난 16일 이혼숙려제를 담은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다. 이혼숙려제는 협의 이혼 당사자들이 법원의 이혼절차 개시일부터 일정 기간 동안 ‘숙려기간’을 가지며 이혼 자체와 이혼 뒤의 삶까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제도다. 그동안 협의 이혼 절차가 너무 간소하고 손쉬워 ‘경솔한 이혼’이 많았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숙려 기간은 3개월. 그동안 법원은 전문가들의 의무상담을 권고하거나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 법안이 이혼을 가족의 해체와 사회적 문제 발생의 씨앗으로만 본다며 비판하고 있다. 상담에 유료 상담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이혼 절차에 경제적인 부담을 지워 이혼을 막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이라고 문제 삼는다.
3개월 유료상담받으며 이혼유예
한쪽선 가족해체 막는다 옹호… 한쪽선 사실상 이혼 막는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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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 기간과 상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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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예방인가 이혼 뒤 삶인가= 의원 37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의 목적은 ‘이혼 예방’과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 도모’라고 한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은영 의원은 “보수적인 관념으로 이혼을 억누르거나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 법안을 애초 발의한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 안은 ‘이혼 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번에 국회 제출된 법안의 제안 이유도 “가정의 안정성·영속성의 붕괴는 부모와 자녀에게 큰 피해를 주었고,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발생시켜 국가의 건강한 발전에도 장애가 된다”며 이혼을 ‘가정 해체’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지난 17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연 토론회에서 이 법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법안의 목적이 이혼 방지보다는 원만한 혼인 해소와 이혼 뒤 안정된 생활을 돕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여성개발원의 변화순 선임연구위원도 “이혼은 가족의 해체라기보다 해결해야 할 부분이 새로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혼을 가족 해체라는 부정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부부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 상담, 도움인가 부담인가= 두번째 논란의 핵심은 이혼 전 상담이다. 법안은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할 때 상담을 강제하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도 법원이 상담을 권고할 수 있게 했다. 법원 안에서 상담을 받는 법원 상담과 법원 외 상담이 있고, 법원 외 상담인은 부부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이혼·가족 상담은 시간당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대. 법안이 통과되면 상당 비용은 대법원이, 시간은 법원이 정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의무 상담이 법원의 지나친 개입과 비용 부담에 따른 이혼 차단막이 될 것을 우려한다. 법원이 상담인을 지정함에 따라 상담인이 법원의 영향을 받게 되며, 상담 비용은 저소득층 이혼 당사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선 변호사는 유료 상담에 대해 “이혼을 해주지 않으려는 상대방을 상담장에 데려오는 것부터가 고역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부부 등 일부에게는 사실상 이혼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도 “상담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면서 무료 상담을 법원 내에서 받으라고 한다면 당사자들은 위축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외부에서 유료상담을 한다고 해도 비용에 부담을 느낄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담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22일부터 한달 동안 이화여대 대학교회와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연 전국 상담전문가 교육대회엔 전국 400여명의 예비상담가들이 모여 장차 늘어날 이혼 상담 수요를 짐작케 했다. 가사소년제도위원회 이공사 위원은 “이혼을 결정하더라도 건강하게 합의할 수 있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상담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라고 이혼 전 의무상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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