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7 13:52
수정 : 2018.03.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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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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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과제도서 40% ‘여성작가’ 의무화
작년 수학시험시간 여학생에 15분 더 줘
일부 “지나친 형식주의·본질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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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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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 철학과에서 읽기 과제 책의 40%를 여성 저자의 책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남성이 중심이 됐던 지식권력을 해체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처로 보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본질을 비켜간 지나친 형식주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매체 <텔레그래프> 보도를 보면, 옥스퍼드대학 철학과는 과제 도서목록을 작성할 때 저자의 이름 이니셜만 쓰지 말고, (성을 제외한) 이름을 정확하게 표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저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명확하게 구별하고, 과제 도서의 40%를 여성 저자의 책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다.
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철학에 대한 여학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옥스퍼드대학은 페미니즘 철학의 학부 연구논문을 소개하고, 가르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하코트 옥스퍼드대학 철학과 교수는 “여대생들에게 ‘철학은 여러분의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도서목록에 더 많은 여성 저자들의 이름이 포함되고, 옥스퍼드대학 내에서 페미니즘의 위상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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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왼쪽부터), 헤겔, 라이프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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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학은 앞서 2017년 여름학기에 수학과 컴퓨터 시험에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여학생들을 위해 (모두의)시험시간을 15분 늘리는 조처를 취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6년, 최우수 성적을 받은 남학생 비율이 여학생의 2배까지 치솟으면서 학부는 여성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조처를 고민했다.
주류 지식권력에 대한 해체 시도는 옥스퍼드대학 뿐만 아니라 영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영문학과 교수는 과제 도서목록에 여성과 흑인 저자들을 더 많이 포함하는 것을 두고 학생들과 논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에 반발하는 일부 학생들의 움직임도 있다. 옥스퍼드대 재학생 토마스 하워드는 대학 자치언론인 ‘옥스퍼드스튜던트’에 “대학이 학문의 엄숙함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사회정의에 립 서비스를 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마르크스, 어거스틴, 파스칼, 루소에서 누구를 더 뺄 수 있겠나. 도서목록에서 여성의 수가 적은 것은 우리 대학 철학과의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철학적 업적이 남성 저자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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