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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비비시>(BBC)의 남녀 임금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쓴 뒤 보직을 사퇴한 캐리 그레이시 비비시 중국 편집장. 사진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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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친절한 기자들]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여성 쏠림현상
정규직 일자리도 채용부터 남녀차별 발생
법에 명시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돼야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 재평가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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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비비시>(BBC)의 남녀 임금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쓴 뒤 보직을 사퇴한 캐리 그레이시 비비시 중국 편집장. 사진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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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평가하라.”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의 중국 편집장이었던 캐리 그레이시는 지난 1월 돌연 편집장직을 버렸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 동료에 견주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레이시는 “이런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며 “같은 일 또는 같은 가치를 지닌 일을 하고 남성이 임금을 더 받는다. 차별이고 불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관련기사 : BBC 여성 편집장의 사퇴 돌직구 “남녀 임금 차별 없애라”)
남녀 간 임금 차별에 대한 고민은 영국 의회로도 번졌습니다. 영국 여성 하원의원들이 나서서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임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초당적인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페이미투닷컴’이란 누리집을 개설해 여성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임금 불평등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임금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용주가 격차 해소를 위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울 것을 독려합니다. 노동자들에겐 노동조합이나 여성단체와 연대하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달 30일 공공부문의 성별임금격차를 공개한 데 이어 4일 자정 전까지 250인 이상 기업에서 성별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
▶관련기사 : 이제 ‘#페이미투’…영국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 운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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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페이미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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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주주행동주의 그룹이 굴지의 금융회사를 상대로 성별 임금격차를 공개하라고 주주제안 형태로 압박했고, 지난 1월 중순 씨티그룹을 시작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제이피(JP)모건 등 6곳이 이를 수용해 급여 자료를 공개한 겁니다. (
▶관련기사 : 여성 임금차별도 ‘#미투’…월가에서 번지는 임금평등 운동)
OECD가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2016년 기준)를 보면, 영국은 16.8%, 미국은 18.1%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과 미국 남성의 전일제 노동자 임금의 중위값을 100으로 볼 때, 여성 노동자 임금의 중위값이 각각 16.8%, 18.1% 적다는 말입니다. 두 나라 모두 OECD 회원국 평균(14.1%)을 넘어서는 수치다 보니,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셈이죠.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요? 같은 조사에서 한국 여성 노동자의 임금 중위값은 남성보다 36.7% 적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웃 일본(25.7%)과 10%p(포인트) 이상 차이날 뿐 아니라 OECD가 성별임금격차 통계를 발표한 2000년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요?
‘더 친절한 기자들’에서 한국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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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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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별임금격차 1위’ 불명예 자리 지키는 대한민국
OECD 통계 외에도 성별임금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는 다양합니다. 통계청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정보를 활용한 ‘일자리 행정통계를 통해 본 임금근로일자리별 소득 분포 분석’ 결과를 보면,
남성의 중위 소득은 월 300만원이었지만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의 60% 수준인 월 179만원에 머물렀습니다. 저임금일자리 역시 여성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월 250만원 미만 일자리가 남성은 39%인데 견줘 여성은 70.6%를 차지했습니다. (
▶관련기사 : ‘월급쟁이 ’ 세전 평균 월급 329만원…남녀차 1.7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현황 및 개선방안’을 보면, 역시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63.4%(2016년 8월 기준)로 과반을 넘어서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도 마찬가집니다. 연구원은 “(2016년 8월 기준)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1%,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6.4%로 여성은 남성보다 10%p 내외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고등교육을 똑같이 이수해도 남녀가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성인지 통계’를 살펴보면, 대졸이상 남녀의 평균임금격차(여성평균임금을 남성평균임금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도 65.3%로 집계됩니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5만원 가량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OECD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WEF)이 ‘성별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를, 유엔개발계획(UNDP)이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를 발표하는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매년 국가별 성평등지수를 발표하는데요, 측정부문과 하위 세부 지표들이 달라 한국의 순위가 상이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2개의 국제성평등지수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서유럽 국가들에 견줘 모두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성별격차지수’의 측정 지표 중 하나인 ‘유사업무의 남녀임금’ 격차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에 125위로 낮았습니다. (
▶관련기사 : 여성이 덜 받는 임금 100만원 중 60만원, ‘단지 여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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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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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성은 왜 한국 여성들보다 더 많이 버나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저임금노동·비정규직·단시간(15시간) 근로의 높은 비중 △경력단절 △시간제근로·중소기업 등 여성집중 직종과 산업의 낮은 처우 △돌봄 노동에 대한 낮은 대가 △기업 내 고위 관리직의 승진 차단 등을 원인으로 짚으며 “한국 여성 노동자의 모든 노동 문제가 농축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이나 서비스업에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점도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평균을 낮추는 이유가 됩니다.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3년 발행한 ‘남녀 임금격차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업체 규모별 임금격차 또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여성 임금 노동자 중에서 35.7%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 저임금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꼽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남성 노동자의 비율은 22.7%입니다. 10∼299인 미만 사업장,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남성 노동자가 여성 노동자보다 많다는 사실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영세 사업장에 여성이 더 많이 몰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M자 곡선’을 그리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국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은 25~29살에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7%p(2015년 기준) 높습니다. 그러다 30대에는 급격히 떨어져, 35~39살에는 오히려 평균보다 12.9%p낮아집니다. 경력이 단절되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로 재취업이 어렵고, 설령 기존 자리로 복귀한다고 해도 근속연수가 남성에 견줘 짧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는 원인이지요.
“재취업 여성들이 경력단절 이전에 가졌던 일자리는 62.9%가 정규직이었으나 이후에 새로 얻을 일자리는 정규직이 2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보면 단절 이전에는 사무직이 40%를 넘었으나 이후에는 이들 중 상당수가 서비스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
■ “‘채용도 남성, 승진도 남성’…여성에 대한 진입장벽 여전히 존재”
채용할 때부터 남성에게 가점을 주거나, 직장 내 고위직에 남성들이 주로 진출하는 사회문화도 성별임금격차를 심화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눈에 보이는 차별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종이나 대기업에도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남아있다. 기회나 조건에 있어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하나은행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
▶관련기사 : 남성·SKY 우대, 은행장 추천자는 ‘짱’…하나은행 ‘비리 3박자’) 하나은행은 같은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사전에 다르게 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3년 상반기 공채에선 남녀 채용인원비율을 9.4(남) 대 1(여)로 선발하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실제로 채용된 비율은 10.8(남) 대 1(여)입니다. 남성이 10명 뽑힐 때 여성이 1명 뽑힌 겁니다. 같은 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실제 채용인원 비율은 5.5(남) 대 1(여)로 나타났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류전형에서 서울지역 여성 지원자의 커트라인은 467점으로 남성보다 무려 48점이나 높았습니다. 면접에서도 남성 지원자에 대한 특혜가 있었습니다. 최종 임원 면접 때 합격권인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바깥에 있던 남성 2명이 그 자리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기업과 정부의 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부분 남성인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국가 성평등지수’를 살펴보면, 전체 8개 부문 중 가장 ‘의사결정’ 부문이 ‘완전 성평등한 상태’인 100점 만점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26.5점을 기록해 가장 낮았습니다. 이 부문은 여성 국회의원 수,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민간 기업의 관리직 여성 비율, 정부위원회 위촉직 위원의 성비를 바탕으로 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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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채용과정에서 남성을 우대해, 여성과 남성은 출발선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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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경력 호봉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녀 임금격차에 ‘군 호봉’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순 없겠죠.
현재는 군대에 복무한 기간을 호봉으로 반영하는 것까진 ‘합리적인 차별’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군대에 다녀오는 건) 국가에 복무를 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선 공적 업무의 연장으로 봐서 호봉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면서도 “호봉으로 인정하는 것과 근속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승진을 할 때 근속 기간을 감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군 복무기간을 근속으로 인정하면 남녀 간에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바꾸라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군대 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는 것 자체가 ‘차별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공영역을 그나마 성별임금격차가 적은 영역이라고 하지만, 사실 군대 다녀온 걸 호봉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남녀가 시작이 다른 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습니다.
군대 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는 제도는 국가가 군 경력에 대한 보상을 민간 기업 등에 전가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가 남성들에게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실상 ‘무료 봉사’로 병역 의무를 강제해놓고 이에 대한 보상에는 소홀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정부가 발행한 보고서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방부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진행한 ‘군 경험의 사회적 인정 확대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군 경력을 모든 기업에서 호봉으로 인정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35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전역하는 25만명을, 공무원 9급 호봉을 기준으로 군경력을 2호봉으로 인정했을 때 나온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군대 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기보다 군 봉급을 최소한 최저임금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군대 복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면서, 복무와 직접 연관된 보상체계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법·제도 있어도…현장에선 ‘유명무실’
전문가들은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부족하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이미 존재하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엄격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연구원은
또 ‘법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도 지적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여성이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데,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장이 다른 사업장에 견줘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밖에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훈련 기회를 늘리고, 영국의 ‘#페이미투’ 캠페인이 권유하는 것처럼 노동조합 등을 설치하는 것,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유의미한 해결책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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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3·8 조기퇴근 시위 3시 스톱(STOP)’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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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제대로 적용돼야”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
남녀고용평등법’ 8조에 명시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법칙’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을 제대로 실시하고 ‘무엇이 임금차별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①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하고, 사업주가 그 기준을 정할 때에는 제25조에 따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8조
조 입법조사관은 “예를 들어, 국회에도 청소 노동자분들은 모두 여성, 경비를 담당하는 방호실은 모두 남성이다. 만약 두 직종의 임금 수준이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난다면, 4가지 기준 중 어떤 점 때문에 그 정도로 임금이 차이가 나는지 직무 분석을 다시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정의조차 생소한 탓에 임금차별 소송이 제기되도 사법부가 협소한 해석을 내리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발행한 ‘임금차별 판단기준’ 연구용역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임금차별 판(정)례들은 ‘동일가치노동’인가를 파악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논증하는 과정은 ‘똑같은’ 노동인가를 파악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다른 직무를 하는 경우 또는 할 가능성이 있으면 그에 근거해 동일한 가치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향까지 있어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같은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업무처리규정’을 통해 해당 원칙을 위배하는 경우를 6가지 예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업무처리규정 제5조>
⑥ 법 제6조의2제1항의 규정에 의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여성의 임금은 보편적으로 가계보조적이라는 고정관념 등에 기초하여 일률적으로 동일직군의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2. 근로의 질·양 등에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생활보조적·후생적 금품(가족수당·교육수당·통근수당·김장수당 등 단, 임금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에 한함)을 지급함에 있어 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경우
3. 기본급·호봉산정·승급등에 있어서 성에 따라 그 기준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임금을 차별하는 경우
4. 모성보호 등을 위하여 여성근로자에게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는 경우
5. 군복무자에 대하여 호봉을 가산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가산의 정도가 군복무기간을 상회하거나 병역면제자 또는 미필자인 남성에게도 호봉가산을 적용하여 지급하는 경우
6. 여성이 대다수인 직종의 임금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다른 직종보다 낮게 정하여 지급하는 경우
7. 기타 합리적 이유없이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남녀의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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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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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노동자 몰려있는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해야”
여성들이 주로 몰려있는 ‘돌봄노동’도 이 원칙에 따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 입법조사관은 “‘돌봄노동’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이 돌봄 영역에 대해 국가적으로 낮은 가치가 부여돼있는 것도 문제”라며 “(돌봄노동은) ‘여성들이 집에서 돈을 안 받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이 일을 집밖에서 할 때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노동과 서비스업종에 대한 직무평가를 1년이든 3년에 한 번씩 해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돌봄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월소득이 중위소득의 3분의 2 미만인 노동자의 비중)은 70%(2016년 기준)에 이릅니다. 7년 전인 2009년(71%)과 견주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수치입니다. 또 돌봄노동자들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정부마저 ‘쪼개기 계약’을 강요하거나 주휴수당·연차수당을 주지 않으려 근로자성을인정하지 않은 ‘악덕 사용자’ 행태를 보입니다. (
▶관련기사 : 돌봄노동이 엄마의 용돈벌이?…정부는 ‘악덕 사용자’)
“돌봄서비스직에 여성이 더 많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건 복지국가 스웨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여성 쏠림이 심각하진 않다. 우리 사회엔 남성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여성은 비전문적인 일을 한다는 인식이 오랜 기간 자리잡아 왔다. 돌봄노동은 아직 전문적 일로 인식되지 않고 있고, 고착화된 저임금 구조가 이런 인식을 부추기면서 저임금이어도 일자리가 절실한 경력단절여성의 쏠림현상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사회복지학)
“정부가 ‘돌봄노동에 투자하는 비용은 아끼는 게 최선’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가 싼값에 돌봄을 계속 공급해줄 거라 생각하면 돌봄서비스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돌봄이 제대로 해결될 때 또 다른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
-<한겨레> 3월 13일치, ‘돌봄노동 독박 쓰는 5060 여성, 뒷짐진 국가의 ‘공짜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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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 마련에 나섰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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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임금 공시제’ 도입 예정” 이제야 발 뗀 정부
정부는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마련에 나섰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에서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사업장에서 유사업무에 대해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근로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성평등임금 공시제’를 도입하고 성별임금격차 지표를 관리하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평등 임금 실천 가이드라인’은 마무리 단계이고, 올해 상반기 중에 배포할 예정”이라면서도 “자율적으로 평등한 임금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평등임금 공시제’는 어떨까요. 현재 고용노동부는 제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관계자는 “‘성평등임금 공시제’를 제일 먼저 추진하고 있다. 남녀임금을 같이 공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9월쯤 (연구용역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지표나 공시대상 등은 그 이후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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