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대안적 육아공동체를 실험해 온 ‘별난놀이터’가 단순한 탁아 기능으로 바뀐다는 얘기를 듣고,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별난놀이터의 ‘오물조물 미술놀이’ 장면. 사진 별난놀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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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탁아 공간으로 뒷걸음… ‘보육정책 공공성 포기’ 비난 봇물 하지만 건물 운영을 맡은 (재)서울여성은 단순 탁아를 넘어 보육 공동체 실험을 시작했다. 놀이터에 70여평의 공간을 내놓았고, 여기에 10년 동안 공동육아를 해왔던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 힘을 보탰다. 운영비는 서울시가 대부분 부담해 연극놀이, 요리놀이, 춤놀이, 음악놀이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이 생겼다. 장애인 부모교육이나 양성평등 가족교육 등 차별화된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속속 열렸다. ‘책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옛날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학부모들은 조를 짜서 동화를 읽어주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비슷한 프로그램에다 이용료도 저렴해 이곳을 이용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해 대부분 프로그램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36개월 이상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평소엔 매달 700~800여명, 방학 때는 1000여명씩 이곳을 찾았다. 매달 이어지는 프로그램만 해도 10~15개였다. 현장교육지원전문가로 놀이터 교사를 맡아온 윤일순씨는 “부모가 아이를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대안 교육현장으로 바뀌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조례개정을 통해 재단의 운영 경비 삭감을 결정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별난 놀이터는 애초 구상대로 서울여성플라자 건물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단순 탁아 공간으로 바뀌게 됐다. 발끈한 이들은 학부모들이었다. 이정숙(38)씨는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공간으로 우리 스스로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만들어왔는데 기가 막힌다”고 했다. 엄상윤(35)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엄마들이 내 아이, 남 아이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품앗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탁아로 전환하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했다. 재단쪽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서울여성의 변도윤 대표는 “서울시가 부담하던 재단 사업의 운영 비용을 줄여야 하고, 프로그램 때문에 아이를 맡기기가 불편하다는 건의도 많아 프로그램 축소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회가 재단의 예산 축소를 결정했고, 이에 따른 개별 사업의 존폐여부는 재단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6천여평이 넘는 부지에 대한 수익 구조를 따져 운영 비용을 삭감한 것은 여성정책의 공공성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 민노당 심재옥 의원은 별난 놀이터의 ‘사태’가 결국 “성장과 개발 위주로 한 지자체 공공사업 인식의 표본”이라며 “여성과 보육에 관한 공공사업을 맡아야 할 지자체가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추려고 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지자체 ‘실험’이 결국 ‘실험’만으로 그칠까 싶어 학부모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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