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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9 12:00 수정 : 2018.09.19 12:12

태권도·축구 설명에는 남성만, 무용에는 여성만 있는 교과서 그림(왼쪽)은 은연 중에 남성과 여성의 운동 종목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제공

‘바꾸면 쓸모 있는 성평등 교과서’
여성부 온라인 국민참여 공모결과 공개

태권도·축구 설명에는 남성만, 무용에는 여성만 있는 교과서 그림(왼쪽)은 은연 중에 남성과 여성의 운동 종목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제공
‘왜 교과서에 실린 태권도나 축구 사진에는 남성만, 무용 사진에는 여성만 있나요? 이는 남성이 무용을 하면 안되고, 여성이 태권도를 하면 안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쉽습니다.’

여성가족부가 교과서 속의 성차별적인 표현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누리집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바꾸면 쓸모 있는 성평등 교과서’ 공모전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지난 8월20일부터 9월7일까지 진행된 공모전에는 모두 894명이 참여해, 초·중·고 교과서와 학습지, 유아용 교재 등 각종 교육자료에서 찾은 성차별 표현을 지적하고 성평등하게 바꾼 표현을 새롭게 제안했다.

가장 많이 꼽힌 성차별적 표현은 여성과 남성의 특성·직업·역할 등과 관련한 ‘성별 고정관념’에 관한 내용(614건·68.7%)이었다. 예를 들어, 유아 교육자료에는 토끼·고양이와 같은 연약한 동물은 여아에, 사자·호랑이 등 강한 동물은 남아에 빗댄 그림이나 상황 설명이 종종 등장한다. 한 제안자는 “동물을 성별에 비유하지 않거나, 여자도 강한 동물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 섬세한 표현을 ‘여성적 표현’, 단도직입적인 표현을 ‘남성적 표현’으로 묘사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됐다. 도덕 교과서에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그린 삽화도 ‘남자 아이들은 장난이 심하고, 여자 아이는 피해자’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사례로 언급되었다.

다른 가족은 앉아있고 엄마가 과일을 가져오는 장면(왼쪽)의 현재 교과서를 모두가 같이 앉아서 먹고 부모님 도와드리는 장면(오른쪽)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제공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도 교과서에 여전히 많았다. 저녁 식사 시간에 다른 가족들은 모두 식탁에 앉아있고 엄마가 과일을 가져오는 모습을 그린 삽화가 대표적이다. 한 제안자는 “모두가 같이 앉아서 먹고 있는 장면으로 바꾸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엄마’를 도와드리는 장면도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내용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경제교과서에서 남성은 주로 ‘생산자’, 여성은 ‘소비자’ 역할을 맡거나 국어교과서에 아픈 아이의 보호자는 모두 ‘엄마’로 표현된 것 역시 남녀 역할을 구분짓는 성차별 사례로 지적되었다. 과학교과서에 과학자 등 첨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모두 남자들로만 그린 것, 체육교과서에 의사는 남자로, 간호사나 기상캐스터는 여자로 그려놓은 것에 대해서도 “남녀를 골고루 배치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독립운동가 등 역사적인 위인을 소개할 때 여성을 포함하지 않거나 남성의 조력자로만 소개한 데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남자 못지않게 열악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하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은데 교과서에서 많이 다뤘으면 합니다. 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의 생활 지원 임무 등을 맡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남성 독립운동가의 조력자였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내용도 수정해야 합니다.”

여성부는 이러한 국민 제안 사례를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여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청주 북이초등학교, 울산 무거초등학교, 경주 금장초등학교 등 3곳을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하고 양성평등 학습교재를 수업에 활용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여성부는 앞으로 교육부 등과 협의해 교과서 등 교육 자료에 나타난 성차별 표현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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