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몸캠피싱’ 3년새 10배 이상 급증”
청소년도 SNS·채팅앱 통해 손쉽게 접근 가능
성폭력처벌법상 본인 촬영은 처벌 어려워
“엄연한 폭력…관련법 개정해야” 목소리 커져
‘몸캠피싱’ 가해자가 피해청소년에게 보낸 문자 내용. 여성가족부 제공
호기심은 협박으로 되돌아왔다. 고등학생 ㄱ씨는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알게된 남성으로부터 선정적인 포즈의 사진을 촬영해 전송해달라는 위협에 시달렸다. 지난 8월 ‘피팅 모델’ 제의를 수락한 것이 발단이었다. 남성은 사진을 예시로 보낸 뒤 개인 옷을 입고 피팅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은 점차 음란한 포즈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달랐다. ㄱ은 거부했다. 남성은 욕설을 보내고 다른 사람의 나체 사진과 합성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선정적인 사진을 촬영해 보낼 것을 강요했다.
4일 여성가족부가 밝힌 청소년 ‘몸캠피싱’ 피해상담 사례 가운데 하나다. ‘몸캠피싱’은 채팅과정에서 피해자를 속여 알몸사진 등을 확보한 뒤 이를 가족이나 지인, 에스엔에스(SNS)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이나 더 심한 음란행위 등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대검찰청은 지난 7월 ‘몸캠피싱’ 범죄가 2015년 102건에서 지난해 1234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해 6월부터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이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와 함께 지원한 11건의 피해사례를 보면, 가해자의 접속 경로는 대부분 에스엔에스(SNS)와 채팅앱이었다. 피해자는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 성인까지 다양했고, 고등학생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함께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거나 “단순 호기심”에 사진을 보냈다고 답했다.
‘몸캠피싱’은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동의없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촬영에는 동의했더라도 당사자 동의없이 유포한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만 규정하고 있다. ‘몸캠피싱’처럼 자신의 신체를 본인이 직접 찍은 촬영물이 동의없이 유포될 경우엔 처벌이 어려운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1심 판결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음란물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은 1680명 가운데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30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924명으로 55%에 달했으며 집행유예는 274명으로 16.3%였다.
현재 국회에는 자신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도 성폭력처벌법 14조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6건 발의돼 있으나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전송한 촬영물이 성기 노출이 안 되었더라도,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협박이나 강간 등의 다른 범죄로 파생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찍은 촬영물을 (동의없이) 유포하는 것은 엄연한 폭력이며 범죄”라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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