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7 17:53
수정 : 2018.11.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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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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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웨이브, 18번째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집회 열어
주최쪽 추산 3천명 참가…검은 옷 입고 나와 시위
단막극, 해바라기씨 뿌리기, 계란 깨기 퍼포먼스 등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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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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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싫다는데 세입자를 네가 받냐. 내 포궁(자궁)은 내 것이다. 공공재가 아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 여성들의 모임인 ‘비웨이브’(BWAVE)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016년 집회를 시작한 이래 18번째이자 올해 마지막 집회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쪽 추산 3천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었던 폴란드의 ‘검은 시위’처럼, 검은 옷을 입고 나왔다. 아침 최저기온이 2도까지 떨어진 날씨를 보여주듯, 곳곳에서 두꺼운 겨울 외투가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가 6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를 논하고 있지만 임기가 끝나도록 판결을 미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인데 당초 예상보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5기 재판부 퇴임 뒤 새로 구성 중인 6기 재판부로 결정이 미뤄졌다. 이에 참가자들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낙태의 처벌근거? 가능성은 내가 정한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내가 그 생명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임신중단 합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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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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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비웨이브는 낙태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가부장제를 들기도 했다. 비웨이브는 “가부장제는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는 억압 기제”라며 “가부장제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혐오로 발현되는데 낙태죄가 그 대표 격”이라고 주장했다. 낙태죄가 유지되는 한 여성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비웨이브는 이러한 목소리를 담은 10분가량의 단막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대 왼쪽에서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임신은 축복 출산은 애국’ 같은 목소리에 억눌린 여성인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오른쪽에서는 여성 지도자들이 세계 현안을 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러분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오른쪽을 가리키며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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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이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를 상징하는 269개의 계란을 깨뜨렸다. 사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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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는 단막극 말고도 해바라기씨 뿌리기, 계란 깨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해바라기씨는 임신 7주차 태아의 크기를 상징하는데 참가자들은 “(해바라기씨만 한 작은 알갱이가 아니라) 내가 생명이다”고 외치며 해바라기씨를 무대 위에 뿌렸다. 또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는 취지로 계란 269개를 동시에 깨기도 했다.
비웨이브의 19번째 시위는 내년 중 열릴 예정이다.
이유진 박윤경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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