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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18:37 수정 : 2005.12.14 14:01

지난 9일(현지 시간)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회원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노예와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연합’(CAST·Coalition to Abolish Slavery and Trafficking)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을 포함한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 실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의 회원단체 관계자 13명이 5일부터 시작된 미국 성매매 피해자 지원 민간단체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귀국했다. 한소리회는 로스앤젤레스의 ‘노예와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연합’(CAST·Coalition to Abolish Slavery and Trafficking), 오클랜드의 ‘쉼터’(Shimtuh),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세계 여성 재단(Global Fund for Women) 등 10여개 단체를 방문해 이들 단체와 국제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한겨레>는 삼성의 이웃사랑 성금으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엔지오 활동가 국제 연대 양성과정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획된 이번 방미 길에 동행해, 한국과 미국의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단체들의 국제 연대 모색 현장을 취재했다.

미국에서 검거된 대규모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 ‘노예와…’ 등 미국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난 6월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성매매 업소에서 100여명의 한국 성매매 여성들이 검거됐다. 이날 검거된 여성들의 상당수는 국제적인 브로커들의 알선으로 미국에 불법 체류하면서 마사지 업소 등에서 불법적으로 성매매를 해오다 미국 연방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이런 대규모 검거는 미국 한인 사회는 물론, 미국 사회 전체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신변 처리 규정의 차이 등으로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는 원활한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소리회 등 한국의 성매매 관련 단체들도 7월께 이 소식을 접했지만, 미국의 관련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했던 탓에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원 방법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서 한국여성 대거 잡혔지만
정부간 공조 부재로 방치
한소리회 미국 NGO들 만나
국제적 연대 모색

국제화된 성매매, 성매매 방지 단체도 국제 연대 필요= 이를 계기로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소리회가 미국에서 만난 민간단체 대부분은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곳이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통역을 지원하고 이 여성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거나, 성매매 여성들이 미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도록 지원해 미국 체류 비자의 한 종류인 ‘티 비자(T-Visa)’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지원 수준은 매우 포괄적이었다.

오클랜드 ‘쉼터’의 강 이사벨은 “미국의 경우 강제 성매매를 포함해 의사에 반해 노동이나 서비스를 착취당한 경우 폭넓게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며 “업주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애초의 계약 조건과 다른 환경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 등이 인정되면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이 사건 피해 여성의 상당수는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한국 대사관 쪽이 쉼터 쪽에 피해 여성 지원 방법을 물어올 정도로 한국 정부가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한국으로 추방될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한국 민간 단체들과의 연대가 절실했다”고 국제 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처럼 한―미 양국의 성매매 방지 관련 민간 단체들이 최근들어 부쩍 ‘국제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국으로 송출된 한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실태가 다른 아시아 국가 피해자들에 비해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예와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연합’이 한소리회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매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하는 60만∼80만명 가운데 1만4500∼1만7500여명이 미국으로 오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은 7%다. ‘노예와…’의 한국인 정책 디렉터인 조남주씨는 “타이, 멕시코,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이 네번째로 많다”며 “한국의 경우 인신매매 피해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고, 한국인 인신매매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성매매 여성”이라고 밝혔다.

국제 연대의 틀 마련 등 성과= 이용란 한소리회 간사는 “성매매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성매매 방지 및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단체들과 국제적인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메일 등을 통해 한―미 관련 단체들 간에 지속적으로 연대를 구축해 나가고, 내년께는 국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연대 활동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소리회는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온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한국 정착의 기회를 제공하는 법안 제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티비자를 발급해 정착 지원은 물론 자국 가족 초청의 기회까지 부여하는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넓힌 결과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소리회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중추… 일본도 방문

지난 7일(현지 시간)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회원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계 여성 재단(Global Fund for Women)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대표 유영님)는=지난 1986년도에 설립된 비영리 민간 단체로, 성매매 상담센터,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 등의 일을 하고 있는 21개 회원 단체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9월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성매매 방지법)의 제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한소리회는 미국 방문에 앞서 지난 10월 12∼16일, 아시아 여성 자료 센터, 폴라리스 프로젝트, 헬프 등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에 있는 7개 성매매 방지 및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단체를 방문했다. 이용란 한소리회 간사는 “일본 법원에서 한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등 일본에서도 한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사관이 한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원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일본 민간 단체들과 국제적인 연대가 시급하다”며 “일본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유흥비자를 받아 일본으로 가는 한국 여성들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연대 활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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