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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5 10:17 수정 : 2018.12.25 19:26

한겨레 1면으로 본 2018 10대 뉴스

한겨울 평창의 환희에서 시작해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한반도의 한해가 저물어간다.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평화 드라마가 펼쳐졌고, ‘미투’ 운동의 거대한 해일이 시작됐으며, 두 전직 대통령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법농단, 사립유치원 비리 등 적폐청산의 길은 여전히 멀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의 행렬은 계속됐다. <한겨레> 1면을 장식했던 올해의 국내 10대 뉴스를 꼽았다.

① 남북·북미 정상회담
지금 넘어가볼까요?…남북, 70년 금기 넘다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었다. 문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10시간 가까이 세계로 생중계된 ‘판문점 드라마’가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도보다리 산책’에서 절정을 맞았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봄바람이었다. 두 정상은 이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는 전쟁이 없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내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도 제시했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역사적’이란 수식어가 붙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회담이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 관계 설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비핵화라는 포괄적 목표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유예를 선언했고, 김 위원장은 얼마 뒤 미군 유해 50여구를 송환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북-미는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미국은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제시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해 판을 통째로 뒤집었다.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을 구한 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번째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5월26일 판문점에서 한달 만에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이 청하고 문 대통령이 응하면서 이뤄진 이날 만남은 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긴급회담이었다.

문 대통령은 9월19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세번째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 ‘군사 분야 합의서’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저녁 5·1경기장에 운집한 평양 시민들 앞에서 남쪽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연설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평양 시민들은 환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평양 공동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언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미는 비핵화 조처와 제재 해제 등 상응조처를 놓고 교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며 여유를 부리자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연내 답방 초청에도 화답하지 않았다. 판문점에서 시작한 한반도의 봄이 겨울을 지나며 다시 봄기운을 기다리고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②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 재판 개입 전·현직 판사 80여명 수사

지난 5월25일 끝난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을 의심할 수 있는 내부 문건이 여럿 공개됐다. 그런데도 자체 조사단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케이티엑스(KTX) 해고 승무원 등 소송 당사자들은 “최후의 보루인 법원마저 우리를 외면했다”며 울부짖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6월15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며 ‘방탄판사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법농단 사건을 맡을 특별재판부를 따로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11월14일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기소됐지만, ‘상급자’로 사법사상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전직 대법관(박병대·고영한)의 영장은 지난 7일 기각됐다.

검찰 수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는 80명을 넘는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법관 8명에 대해 정직 6개월에서 견책의 솜방망이 징계에 그쳐 법관 탄핵 필요성을 키웠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③ 고용 한파·집값 폭등
푹 꺼진 취업자수…천정부지 집값 ‘한숨’

7월 5천명, 8월 3천명, 9월 4만5천명, 10월 6만4천명….

지난해 월평균 32만명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올해 ‘푹’ 꺼졌다. 11월에야 겨우 두 자릿수(16만5천명)를 회복한 ‘고용 한파’의 원인으로는 급격한 생산가능인구(15~64살) 감소와 자동차·조선 등의 업황 부진이 꼽힌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고용시장도 큰 개선 없이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15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반기 아파트값이 서울을 중심으로 또다시 달아올랐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을 중심으로 호가 짬짜미(담합)가 기승을 부렸고, 정부는 대출 규제를 뼈대로 한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시장 압박에 나섰다. 9·13 대책 뒤 보합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들어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공급부족 논란에 정부는 지난 19일 경기 남양주·하남·과천, 인천 계양 등 ‘3기 새도시’ 개발 지구 4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④ 전직 대통령들 중형
이명박 징역 15년…박근혜 징역 33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섰던 두 전직 대통령들은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중 네번째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5일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3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판단해 2007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때부터 불거진 11년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월6일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은 8월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서 받은 뇌물액을 1심보다 14억원 많은 87억원으로 인정해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국가정보원장 특별사업비 상납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7월23일 1심에서 징역 6년, 추징금 33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중 확정된 형량은 ‘친박 총선 공천 개입’으로 11월21일 2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⑤ 가짜뉴스
가짜뉴스 공장 ‘에스더’ 난민·동성애 혐오 생산

지난 6월 제주 예멘 난민 입국 당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난민 관련 가짜뉴스들은 허위조작 정보가 어떻게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겨레>는 탐사기획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를 통해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가짜뉴스 공장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들은 난민만이 아니라 동성애자 등 소수자 관련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이었다. 또한 새로운 플랫폼(정보유통매체) 강자로 떠오른 유튜브가 가짜뉴스 유포의 강력한 엔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정부와 국회에서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나 법무부가 처벌 위주의 설익은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논의가 꼬이기 시작했다. 유럽처럼 플랫폼의 자율규제 강화에 힘쓰되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규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⑥ 한국 사회 #미투 열풍
‘더는 침묵 않겠다’ 여성들의 인권선언

350여개의 여성·노동계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주최하는 집회가 12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미투시민행동이 주최하는 6번째 집회였던 이 행사에 500여명이 참여해 성폭력과 성차별 등을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거대한 해일이 덮쳤다. 시작은 검찰이었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지난 1월29일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미래 범죄에 용기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간절함”을 담아 글을 올렸다. ‘#미투’란 해시태그가 글 끄트머리에 붙었다.

‘나도 고발한다’는 ‘미투’가 이어졌다. 2월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연출가 이윤택과 오태석씨, 배우 조재현·조민기·오달수씨에 대한 ‘미투’가 뒤따랐다. 먼저 입을 연 사람들의 용기는 불쏘시개가 됐다. 3월5일 비서로 일하는 8개월 동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4차례 당했다고 김지은씨가 고발했다. 같은 날 국회의 한 여성 비서관이 상급 보좌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2일 뒤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고발이 나왔다. 4월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의 ‘스쿨미투’는 교육현장 또한 성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검찰, 재벌, 국회, 언론, 문화예술계, 학교, 군대….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성폭력은 진득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진영도,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성폭력은 주로 비대칭적인 권력관계에서 발생했고, 조직은 대개 권력의 편이었다. 피해자들은 쫓겨나고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법과 제도가 자신을 구하지 못할 것이란 불신은 여성들로 하여금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폭로란 방식을 택하게 했다.

용기를 낸 고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응답은 가난한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고발을 공작이라 폄하하고, <미투>란 제목의 성인영화를 제작하고, ‘펜스룰’을 거론하며 성차별을 정당화했다. 일부 언론은 선정적으로 피해자의 사연을 소비하며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어줬다.

‘미투’는 여성들이 더는 ‘비정상’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관행이란 핑계로, ‘부정의’란 거머리를 떼지 못한 채 달려온 공동체를 향한 경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간 부르짖은 민주·정의·평등에 여성과 소수자의 존재는 지워져 있다는 외침이다. 낮과 밤의 윤리는 달랐고, 제도는 한쪽으로 기운 상태로 굳어졌다. ‘나중에’란 미명 아래 여성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문화계_성폭력’ 해시태그 고발운동은 ‘미투’의 전조였다. 2018년 마지막 달까지 여성들은 ‘불편한 용기’를 내 거리에 나와 디지털 성폭력과 불법촬영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며 각자의 ‘미투’를 이어갔다.

여성을 소유물로 여겼던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노라고, 이들은 말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은 바로 사회가, 제도가, 권력이 여성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달렸다. 연대해 함께 바꿔나갈 것인가, 퇴행할 것인가 여성들은 묻는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시곗바늘은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⑦ 사립유치원 비리
교비 유용에 국민 분노…‘유치원 3법’ 국회서 발목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하거나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 비용 등으로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화성시 동탄 환희유치원 원장 김아무개씨와 직원들이 17일 저녁 유치원 강당에서 학부모들에게 사과한 뒤 퇴장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총괄부장으로 지내면서 원장을 공석으로 두고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화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교비로 노래방을 가거나 성인용품을 사는 등 각종 교비 유용 실태가 ‘실명 공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들어간 유치원의 회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확충과 더불어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하는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내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를 근절할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유치원 3법’이 사유재산권과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대규모 집회를 여는가 하면 집단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소한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의 장치를 마련하는 법도 통과되기 힘든 현실을 개탄하며, 다음 총선 때 ‘유치원 3법’을 저지한 의원들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⑧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삼바 4조원대 회계사기 이재용 편법승계 가늠자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1월14일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2~13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을 공시에서 누락하고, 2015년 결산 때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삼성에피스 회계기준을 바꿔 4조5천억원의 회계사기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자본시장 발전과 재벌개혁의 이정표 하나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회계사기는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와 회계법인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바이오는 상장폐지는 면했다. 이런 합병 과정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한 이 부회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다가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⑨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감옥 속 양심의 자유’ 68년 만에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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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아니면 감옥’이라는 선택을 강요받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자유를 찾았다.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병역 종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 결정으로 국회는 2019년 12월31일까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의 충돌을 막을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만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11월1일 기존 판례를 바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1950년부터 1만9천여명이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야 나온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었다.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 뒤 법무부는 감옥에 갇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부분 가석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육군 복무 기간의 2배인 36개월 동안 교정시설 합숙을 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징벌적 대체복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⑩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위험의 외주화’ 끊이지 않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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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24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뒤 4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2인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의 계약 유지를 위해 비용 절감을 원했던 하청업체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비숙련 노동자를 홀로 투입했다. 김씨의 동료는 “컨베이어벨트가 힘이 세니까 몸이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2인1조로 일하면 안전 스위치가 있어서 다른 동료가 줄을 당기면 기계가 멈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다시 한번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공론화했다. 2년 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여 사망한 19살 김아무개군과 김용균씨의 유품에서 똑같이 컵라면이 나왔다는 사실도,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의 지시에 맞춰 비상 대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웅변했다. 이 사건 이후 국회는 뒤늦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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