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9 15:22
수정 : 2019.01.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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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11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의 상식적 판단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법원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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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10년·8년 받았던 해군 간부 2명
2심서 “증거 부족” 이유로 무죄 받아
대법원 판결 앞두고 각계 ‘상식적 판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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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11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의 상식적 판단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법원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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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대위 ㄱ씨(당시 중위)는 2010년 직속상관 박아무개 소령으로부터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 박 소령은 “남자 경험을 알려주겠다”며 성소수자인 ㄱ대위를 성폭행했고, ㄱ대위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중절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ㄱ대위 부대 지휘관인 김아무개 대령(당시 중령)에게 ‘박 소령 때문에 임신해 중절 수술을 위해 휴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수술을 받았다. 김 대령은 부대에 복귀한 ㄱ대위를 ‘위로해 주겠다’고 부른 뒤 또 다른 성폭력을 저질렀다.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2017년 7월. ㄱ 대위는 용기를 내 자신을 성폭행한 상관 2명을 군 형법상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군은 그해 9월 박 소령과 김 대령을 기소하고 1심 보통군사법원은 각각 징역 10년,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고등군사법원은 원심을 깨고 지난해 11월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인지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고 달리 각 강간의 점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관련기사: 상관에 성폭행 당한 대위 “군사법정서 재연해야만 했다”)
박 소령 등이 무죄를 받은 다음날 ㄱ대위의 애인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부하 여군을 강간한 두 명의 해군 간부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20만6447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상고심을 앞두고, 29일 한국성폭력상담소·군인권센터 등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가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며 내린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었으므로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비판하며,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여성·군인·성소수자로서 피해자가 처했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군인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한 뒤 “상관에 대한 복종은 군인에게 최고 규범”이라며 “사건 당시 해군 소위로 갓 임관한 피해자가 상관 가해자에게 느꼈을 절대적 위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박 소령은 피해자의 직속 상관, 김 대령은 피해자가 탑승한 배의 함장이었다.
박한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역시 “이미 오래전 폐기됐어야 할 최협의설(강간 등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여야 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입각한 (법원의) 변명에는 성차별,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군대조직을 바꾸어나가기 위한 어떠한 의지도 느낄 수 없었다”며 “대법원은 이번 상고심이 단지 하나의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피해자를 포함하여 이번 사건에서 함께 분노하고 연대하는 수많은 여성, 성소수자들과 소통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사실조회촉탁신청’으로 ㄱ대위가 2차 피해를 받았다고도 지적했다.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 소령은 10여곳의 언론상대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하며, 중재위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고등군사법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ㄱ대위의 검찰 진술조서, 일기·편지,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개인 정보, 의료기록 등이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 간사는 “가해자들은 피해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까지도 고등군사법원에 사실조회신청을 했고, 고등군사법원은 이를 그대로 허가해줬다”고 비판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후 변호인단 의견서 제출을 시작으로 각계 전문가 릴레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군사법원 문제, 여성·성소수자인 피해자가 겪은 성폭력과 혐오폭력, 피해자다움 등 해당 사건에 관한 언론 기고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월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2심 판결의 법리적 문제와 대법원 판결이 향후 군내 성폭력 근절에 미칠 영향에 대한 토론회도 연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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