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4 17:03
수정 : 2019.02.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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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해 9월 29일 낮 12시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의 폐지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200여명의 여성이 하얀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 ‘형법 제269조’를 상징하는 숫자 ‘269’를 만든 뒤 붉은 천으로 덮어 해당 법 조항 폐지의 뜻을 표현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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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75.4%가 형법상 낙태죄 개정 필요하다고 답해”
“낙태죄 폐지는 시대적 요구”
“의료진도 인공임신중절약 사용법 등 교육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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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해 9월 29일 낮 12시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의 폐지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200여명의 여성이 하얀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 ‘형법 제269조’를 상징하는 숫자 ‘269’를 만든 뒤 붉은 천으로 덮어 해당 법 조항 폐지의 뜻을 표현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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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적 유산유도제 도입과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라.”
여성계는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7년 만에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미프진’ 등 인공임신중절약을 도입할 것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할 것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할 것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존의 ‘저출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보사연의 조사 관점을 비판한 것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모낙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응답자 중) 75.4%의 여성이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낙태죄 폐지가 시대의 요구임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모낙폐’는 또 낙태죄 폐지와 함께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사회경제적 여건 보장, 보험 적용, 성교육과 피임 확대, 사후관리 등 의료보장 확대를 함께 정부 정책으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모자보건법’을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도 여성계의 숙원이다.
여성계는 무엇보다 ‘미프진’과 같은 자연유산 유도약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사연의 이날 발표를 종합하면, 자연유산 유도약이나 자궁수축 유발 약물 사용자는 74명(9.8%)이고, 이 가운데 53명은 의료기관에서 추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은 “현재 약물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이다보니, 음성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물이나 정확한 복용량을 안내받지 못해 건강을 해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초기인 12주까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약물적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보사연의 실태조사는 약물사용의 실패율을 따지기 전에 제대로 된 약물을 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을 우선 고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당 약물 사용과 관련한 정확한 지식을 의료진이 배울 기회가 없는 점도 문제다. 윤 여성위원장은 “약물 사용하고 나서 출혈이 고여 있다면 추가 약물을 통해 배출할 수 있는데 (의사들도) 잘 모르니까 불필요한 수술이 더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인 이상 여성의 건강권은 계속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인공임신중절은 계속 존재하지만 정부에 의해 관리가 되지는 않고, 의료인에 대한 제대로 된 보수교육도 이뤄지지 않으며, 최선의 의료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의료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의료 기관에 대한 접근성도 낮아지고, 의료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며, 의료인과 당사자 모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여성의 재생산 건강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 보사연 조사를 보면 인공임신중절 당시 필요했던 정보(복수응답, 2가지)로 응답자들은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71.9%)과 ‘인공임신중절 비용’(57.9%), ‘인공임신중절로 인한 부작용 및 후유증’(40.2%) 등을 꼽았다.
이유림 ‘모낙폐’ 집행위원은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관점전환이 필요한데 여전히 ‘저출산’을 강조하고 임신중절을 예방해 ‘출산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등 발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의료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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