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2 17:22
수정 : 2019.03.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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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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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000여명, 혜화역에서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시위’
검경과 정부 대응 비판 “자칭페미 문재인은 여성에게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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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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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다 아는데, 경찰들만 모르는 척.” “십분 안에 구하는데 남경(남성 경찰)들은 모르는 척.”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거리가 구호 소리로 가득 찼다. 2일 오후 2시께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약물 카르텔 규탄시위’에서 나온 구호다. 이날 시위에 나온 2000여명(주최 쪽 추산)의 참가자들은 ‘정부 방관, 경찰 유착, 남성 연대’를 외치며 남성들의 약물 카르텔을 비판했다. ‘버닝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99일 만이다. 버닝썬 사건을 통해 일부 클럽에서 직원들이 ‘물뽕’(GHB)이라고 불리는 약물을 써서 정신을 잃게 만든 여성들을 남성들에게 ‘공급’했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다. 클럽이 남성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약물의 사용을 묵인하거나 심지어 약물을 판매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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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2시께 열린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시위’. 이날 남성 기자들은 폴리스 라인 안에서 촬영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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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이치비(GHB)는 마약의 일종으로, 복용할 때 음료수 등 액체에 타서 마신다는 이유로 ‘물뽕’이라고 불린다. 무색·무취에 알코올에 넣어 마시면 10∼15분 뒤에 취한 듯한 상태와 함께 몸이 이완되고 기억을 잃는다. 더욱이 약물이 24시간 안에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힘들어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경찰에 출석한 가수 승리도 클럽의 이런 여성 착취 구조를 묵인 혹은 조장해 이익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국외 투자자에게 강남 클럽에서 성 접대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승리는 지난 27일 저녁 9시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8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약물 성폭력 문제가 단순히 승리나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남성 카르텔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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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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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이날 경찰과 정부가 약물 문제를 방관해왔다고 비판했다. 주최 쪽은 참가자들에게 ‘선창 구호문 선창(후창)’이란 구호집을 나눠줬고, 집회는 대부분 구호를 외치는 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집회 진행 요원들에게 선창자로 지원한 뒤 단상에 나가 구호를 선창할 수 있었다. 단상에 오른 선창 지원자가 “구호는 3번 하겠습니다” “구호 1, 2번 하겠습니다” 등의 말을 한 뒤 구호를 선창하면, 시위 참가자들은 구호를 후창하면서 함께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여성을 상품으로 다루는 클럽 문화 등 사회적 분위기와 경찰과 정부의 수사 의지를 비판했다. “무료라던 여성입장 까고보니 강간티켓” “범죄지옥 무법클럽 지금당장 폐쇄하라” 등의 구호가 나왔다. “검색으로 약물강간 경찰은 수수방관” “널린것도 안잡는데 집중수사 할것같냐” “경찰들은 뒷돈받고 허울뿐인 입장발표” 등 경찰의 방관·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와 경찰, 검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참가자들은 “경찰청장 원경환 유착관계 척결하라” “경찰청장 민갑룡 부진수사 해명하라” “검찰총장 문무일 수사은닉 사죄하라” “자칭페미 문재인은 여성에게 필요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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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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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쪽은 “물개, 홈런, 골뱅이 같은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물개는 ‘물 좋은 (여성)게스트’, 홈런은 ‘술 취한 여성을 룸까지 데려다주는 일’, 골뱅이는 ‘술에 만취한 여성’을 뜻하는 클럽 업계 은어다. 주최 쪽은 “지금껏 남성들은 여성을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보면서 강간문화를 고착시켜 왔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며 “여성을 상대로 범죄가 벌어지는 대표적인 장소인 클럽의 안전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상품으로 만들고 거래하는 문화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컵라면이 익는 동안 물뽕을 구매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를 통해 물뽕 구매가 손쉽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물뽕의 연관 검색어가 ‘데이트 약물’이라며 “사람을 뇌사상태,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약물이 데이트 약물이란 이름으로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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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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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역 시위와 직접 관련 없다지만, 형식 면에선 닮아
이번 집회는 혜화역에서 열렸지만, 혜화역 시위를 주도해왔던 ‘불편한 용기’ 쪽과 직접적 관계는 없다는 게 주최 쪽의 설명이다. 다만 주최자들은 혜화역이 최근 일어난 여성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다고 봐서 혜화역을 집회 장소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식 면에서 이번 시위는 혜화역 시위와 닮은 점이 있다. 먼저 생물학적 남성들의 집회 참가가 금지됐다. 참가자들의 자유발언도 막았을뿐더러 내부 친목행위도 금지됐다. 정당이나 단체 자격으로는 집회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참가자들의 언론 개별 인터뷰 또한 금지됐다. 이는 모두 혜화역 시위에서도 적용됐던 규칙이다.
기자들의 출입과 취재도 통제됐다. 기자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명함을 내고 서약서에 서명해야만 폴리스라인 안에서 취재할 수 있었다. 취재 허가를 받더라도 남성 기자들은 폴리스라인 밖에서만 촬영할 수 있었고, 시위대가 있는 쪽으로 내려가는 것도 제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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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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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대체로 회색 계열의 옷을 입고 흰색, 검은색 마스크를 한 채로 집회에 참여했다. 회색 옷이 아닌 경우에도 대부분이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빨간색 계열의 옷과 마스크 등으로 상징되는 혜화역 시위와는 대비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2시께 시위를 시작해 오후 5시께 성명서를 읽은 뒤 시위를 마쳤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강간 카르텔 끊임없이 양산하는 클럽 폐쇄 △마약 유통을 뿌리 뽑는 법률 제정 △약물 카르텔에서의 검경 유착 해체 △분노하는 여성을 악마화하는 언론 행위 중단 △약물 강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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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불법강간약물(GHB 등)을 사용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범죄를 저지른 범죄자(판매자 포함),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한 정부,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클럽과의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찰 등을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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