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8 15:12
수정 : 2019.03.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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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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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 앞두고 기자회견
지난해 11월29일부터 100일 동안 릴레이 1인시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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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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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세계 여성의 날 111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성차별과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여성 시위가 열렸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성과 재생산 권리와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라고 호소했다. 공동행동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이날까지 100일 동안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왔다. 이 시위에는 배우자와 함께 참여한 시민도 있었고, 임신 9개월 상태에서 참가한 여성도 있었다고 공동행동은 밝혔다.
나영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태아의 생명만을 절대적 생명이라고 얘기하고 그 대립에 여성이 있는 거로 얘기해온 협소한 구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가의 인구 정책으로서 오히려 생명이 선별되는 이 사회를 만든 국가 책임은 묻지 않고 여성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온 사회였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라고 말했다.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도 “모성애는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니다. 모성은 여성이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그 용기는 바로 이 사회가 함께 지지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애를 무조건 낳아라, 낳지 않으면 너는 범죄자라 비난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90명가량의 집회 참가자들은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낙태죄는 위헌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보장하라” “호주죄도 폐지했다 낙태죄도 폐지하라”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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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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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국가는 가족계획 정책을 통해 경제 개발을 목표할 때에는 안전하지 못한 피임 장치를 보급하고, 법적 근거와 상관없이 임신중절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그러나 저출산 해결이 목표가 되자 실질적인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외면한 채 임신을 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갈피 없는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몸은 통제의 대상이 되어 왔고, 건강과 삶을 위협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남성아씨는 “지난해 5월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국민투표에서 66.4%의 찬성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개정해 올해부터 임신 12주까지는 어떠한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에서 실시한 낙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종교인의 82%는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56%는 낙태를 인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남씨는 “국가와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은 여성이 자신의 건강 상태, 경제적 상황, 양육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사회적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선택이라도 낙인 없이 일상을 살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현장 건너편에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소속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맞불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의사를 처벌하는 제270조 1항 의사낙태죄 등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헌재는 2012년 낙태 처벌 조항들을 위헌 4 합헌 4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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