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3 17:34
수정 : 2019.03.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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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청년여성-우리가 만드는 평등한 일터’ 집담회 이후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성차별을 타파하자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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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여성-우리가 만드는 평등한 일터’ 집담회
웹툰·게임·아이티·스타트업계 성차별 사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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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청년여성-우리가 만드는 평등한 일터’ 집담회 이후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성차별을 타파하자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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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만원. 웹툰작가의 월평균 임금이다. 그런데 작가들의 성별을 나눠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여성 웹툰작가의 월평균 임금은 166만원, 남성 웹툰작가의 월평균 임금은 222만원이다. 2017년 서울시가 실시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 결과다. 왜 여성은 평균보다 낮고, 남성은 평균을 웃돌까.
“임금 책정 기준을 저희도 정확하게 알고 싶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의 김희경 지회장은 되물었다.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열린 ‘청년여성-우리가 만드는 평등한 일터’ 집담회에서다. 이날 집담회에선 웹툰,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창작분야와 아이티(IT)업계, 스타트업 업계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사례가 소개됐다.
김 지회장은 “(지회에서) 실제로 일하는 분들의 제보를 받아보면 인기 많은 여성작가의 수입이 인기순위가 낮은 남성 작가보다 낮았다. 순위나 인지도가 임금 책정의 기준이 아니냐고 (회사에) 물었더니 ‘기준이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 애매하다’고 답했다”며 “(그 말은) 아무런 기준이 없다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순위가 낮은 작품인데도 (남성 작가가) ‘가장이니까’란 이유로 자르지 않는다는 제보도 있어요. 그런데 꼭 남성만이 가장은 아니잖아요. 여성도 먹여살릴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고, 1인 여성도 가장이고요. 임금 차별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어요.”
김 지회장은 게임업계에서 개발 등 남성이 주로 몰리는 직무는 정규직으로, 원화가처럼 여성이 많은 직무는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뽑는 관행도 짚었다. 남성중심적인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일 자체가 여성에겐 어렵다는 설명이다.
비단 게임이나 웹툰 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페미니스트 개발자모임인 ‘테크페미’의 강영화씨는 “서버 개발, 데이터분석, 매니징(관리)처럼 남성이 많은 부분은 임금이 높고 고객서비스(CS), 마케팅, 디자인, 기획 등은 여성이 많은 직무는 임금이 낮다”며 “아이티(IT) 업계 안의 여성존재가 쉽게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의 흐름도 성차별 관념을 답습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소셜 벤처)에 초기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팅 기업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의 유보미 심사역은 “자본을 집행하는 여성 투자자 비율이 적은 현실에서 여성은 아무리 남성과 똑같이 행동해도 리더로 인식되지 않는 확증편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지난해 3월 펴낸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 보고서’를 보면 7년 미만의 창업기업 가운데 여성이 설립한 기업은 38.4%를 자치하지만, 2016년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 244개 중 여성 창업 기업은 16개로 6.5%에 그쳤으며, 투자 금액도 전체 1조724억원 중 4.1%에 불과했다. 유 심사역은 “여성은 투자과정에서 편견에 노출되면서 잠재력과 기회를 제한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 내 행동규약을 스스로 마련해 공유한다거나 여성 창업가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편평하게 고를 수 있도록 젠더관점의 투자 기준을 적용하는 등 성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에스오피오오엔지는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스타트업이 성별에 따라 임금차별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여성 경영진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성에 따른 역할이 고정돼 있는 업무환경은 아닌지 등을 함께 심사한다.
하지만 자율적인 규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김희경 디콘지회 지회장은 “여성을 채용할 때 차별한다거나 부당해고하는 등 성차별 기업에 대해 불이익(페널티)을 주고 성폭력방지 확약서 제출을 의무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을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도 “서울시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임금공시제는 문제를 드러내기 위한 제도이지 차별을 시정하는 제도는 아니다”라며 “임금격차가 드러났을 때 어떻게 해소할 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채용성차별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도 500만원 정도의 벌금형만 받는다”라며 “주요 대기업의 수익에 견줬을 때 지나치게 적은 수준이다. 정부 차원에서 (더) 강력하게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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