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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1 05:01 수정 : 2019.05.31 07:39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17년 9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국회는 차별 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2007년 법무부가 첫 법안 제출 뒤
개신교 반대로 국회서 매번 폐기
20대 국회서 단 한건도 발의 안돼
정의당 그나마 연내 발의 준비중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17년 9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국회는 차별 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학습된 무기력”이 인권을 잠식하고 있다. 20대 국회·문재인 정부에서 공론화조차 되지 못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얘기다.

아직 20대 국회에선 성적지향·성별정체성·학력 등을 사유로 고용·거래·교육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고 있다. 18~19대 국회에서도 ‘발의’는 됐던 것과도 비교된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기준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안(김태흠 의원)은 발의돼 있다. 이 조항은 거의 유일한 성소수자 차별금지의 법적 근거다. 그나마 정의당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발의를 준비 중이다.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한 뒤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조직됐다. 차별금지법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실의 전화는 이들의 조직된 항의로 마비될 정도였고, 목사들은 지역구 의원을 불러 압박했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는 “최근 몇년 ‘취지에 공감하지만 나서기엔 자신이 없다. 해봤자 안 된다’는 인식이 확실히 학습됐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발의와 폐기가 반복된 이유다. 17대 국회에선 고 노회찬 의원, 18대에선 권영길 전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김한길·최원식 전 의원은 반대에 부딪혀 법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차별금지법 발의 역사
정부여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대놓고 반대하는 의원들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입장이 있어 민주당은 딜레마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들이 차별금지법을 언급하자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금지법 제정엔 소극적이다. 올해 2월 출범한 인권위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는 <한겨레>에 “반대 세력들이 너무 많이 강해져서 외부적으로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멘트를 안 하는 것이 현재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당원을 중심으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올해 처음 나타났다. 참여 당원을 공개 모집한 민주당 권리당원 김민석(23)씨는 “당이 강령상으론 소수자 차별금지와 성평등을 명시하고 있다”며 “당원 중에도 성소수자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30여명이 모집된 상태다.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차별이란 단어를 꺼내기만 하면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된다고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특정 집단은 차별금지의 대상조차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현실 자체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박다해 권지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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