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5 11:00
수정 : 2019.06.15 11:44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맞아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발표
“플랫폼 시장 활성화할수록 근무여건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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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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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의 법적·제도적 권리 보장을 위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형성된 플랫폼 업체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 16일)을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이 가사노동을 잠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플랫폼 업체의 개입은 임금 등 노동조건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
▶관련 기사 : 플랫폼노동자 보호 여론에도…국회서 잠자는 ‘가사특별법’)
‘플랫폼 노동’은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배달대행업체나 승차공유 플랫폼의 운영형태가 대표적이다. 현재 가사노동자를 이용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업체도 여러 곳 운영 중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개 ‘서비스 중개자’로서 활동하는데, 앱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용역·위탁계약을 한 뒤 건당 수수료를 지급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고용동향브리프>를 통해 밝힌 플랫폼노동자 규모는 46만9천∼53만8천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여성 노동자가 종사하는 분야는 주로 음식점 보조·서빙(23.1%), 가사·육아 도우미(17.4%), 요양·의료(14.0%) 순으로 나타났다.
10년 차 가정관리사인 이진옥씨는 이날 “주위에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앱 업체에서 수수료를 제하기 때문에 가정관리사에게 돌아오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고 이용 고객도 서비스를 취소하는 일이 잦아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앱을 통한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할수록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가정관리사의 근무여건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되는 일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날 “플랫폼은 가사노동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며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는다”며 “플랫폼 노동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가사노동은 사용자가 직접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개인을 둘 수밖에 없지만, (이 과정에서) 영리 플랫폼이 작동하게 되면 중간착취가 일상화된다. 영리 플랫폼은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수교육을 실시하지도 않는다며”며 “비영리 중개업소의 육성을 담은 가사노동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당한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성희롱·성폭력이나 괴롭힘, 언어폭력, 임금체불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2012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의 국회 비준과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6년 차 가정관리사 한현주씨는 “신체를 자산으로 삼아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적절한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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