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27 18:55 수정 : 2019.06.27 19:28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사진 지현 제공

[짬]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사진 지현 제공

“모두가 춤출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페미니즘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46)이 교육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오는 3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페미니즘 교육연구소 연지원’(이하 연지원)을 여는 지현을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앞으로 그는 페미니즘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성평등 교육, 성폭력·성희롱·가정폭력·성매매 예방교육 활동을 하는 한편 성(문화)교육 콘텐츠 연구, 개발, 보급 등의 일을 하게 된다. 우선은 10대들을 위한 연애 및 성평등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으로 연지원의 문을 열 예정이다. 꾸준히 페미니즘 교육학을 공부하고 고민해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인다.

“저한테는 모계 쪽 유전자가 확실하게 있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 기질은 미용사였던 외할머니한테서 받은 것 같고, 브레히트를 전공한 독문학자 어머니(김미란 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 영향으로 교육연구소를 열게 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20년 전부터 10대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1999년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하자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께부터 지금까지 도시형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와 여행대안학교인 ‘로드스꼴라’에서 노래 교육과 페미니즘 교육을 해왔다. 2017년엔 청소년페미니즘교육연구소 ‘소녀서당’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고 각종 관공서나 단체에서 성인 여성 대상 성평등 토크쇼 등도 진행해왔다.

“10~20대 여성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얼마나 데이트 폭력이나 불법 촬영 같은 일상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게 됐고, 페미니즘 교육이 절실하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한테서 페미니즘을 배운 10대 친구들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얘기를 해서 연지원을 만들게 되었고요.”

그는 선배 페미니스트 가수인 안혜경씨 등과 함께 1997년 여성밴드 ‘마고’로 활동했고 곧 솔로로 전향해 2002년 1집 <후>를 발표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은 퀴어문화축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잡년행진 등 많은 여성주의 문화공연 무대에 올라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작품 제목인 ‘대머리 여가수’처럼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 화려한 의상을 걸친 그가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다룬 자작곡 ‘마스터베이션’이나 성추행을 다룬 노래 ‘아저씨 싫어’를 부를 땐 환호가 길게 이어졌다. 당시는 여성주의 문화운동의 전성기였지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가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경제위기였지만 여성부가 생기기도 했고 그 어느 때보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이 활발했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사정이 달라지더군요. 제가 근무하던 한 여성단체에 경찰서 간부쯤 되는 사람이 대뜸 찾아와 이런저런 걸 물어보고 가기에 이게 사찰인가, 생각했었죠.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행사 때도 지원금이 끊기는 등 어려움이 이어졌죠.”

30일 페미니즘 교육 전문가들과
‘페미니즘 교육연구소 연지원’ 열어
성평등 교육과 콘텐츠 개발·보급
“데이트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젊은 여성들 보며 교육 절감해”

20년간 10대에 노래·성평등 교육

비슷한 시기에 가수로서 슬럼프까지 혹독하게 겪으며 한동안 무대에 올라가지 않은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여성학과 문화학을 공부했고, 여성주의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했다. 2011년 철거 반대 농성장이던 서울 홍대 앞 두리반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여하면서 그는 비로소 다시 노래를 불렀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송은지씨, 2집 앨범을 프로듀싱해 준 박혜리씨 등 여성 뮤지션들과의 교류로 잠자던 목소리가 깨어났다”고 했다.

201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작업에 함께하면서 활동을 본격 재개했고 새 노래도 만들기 시작했다. ‘나의 정원으로’ ‘안녕 언니’ ‘꽃그늘 아래’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등 10곡을 담은 2집 앨범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투쟁적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정하며 따뜻한 음색과 노랫말이 특징이다. “꽃과 고양이가 함께하는 소박한 정원을 마련하고 손님들을 초대해 낮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2018년 10월 <여성신문>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올해의 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반려인과 3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그는 앞으로도 그들과 평화롭게 춤추듯 살고 싶다고 했다.

“길고양이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만난 20대 페미니스트가 저 같은 40대 페미니스트를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20대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궁금하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접점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연지원이 그런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세상을 만드는 노래와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지현 홈페이지 www.ziihiion.net)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