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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7 17:35 수정 : 2019.07.17 21:52

난민과 함께 행동하는 날 요구 집회가 지난해 9월 16일 오후 서울 종각역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난민 혐오를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차별금지법제정연대·민변·언론개혁시민연대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2017녀 대선 전후로 혐오정치 본격화
“선거기간 혐오표현 발화 극대화될 가능성 우려”
“혐오 맞서는 국가기관 의지 분명히 보여줘야”

난민과 함께 행동하는 날 요구 집회가 지난해 9월 16일 오후 서울 종각역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난민 혐오를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동성애가 인정될 경우에 과연 에이즈는 어떻게 감당하고, 또 출산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참 궁금한데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티브이 토론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발언을 여과없이 뱉어냈다. ‘퀴어문화축제금지’와 ‘서울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소수자 조항 삭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혐오정치’가 본격화된 건 2017년이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시 대선에 출마해 여성·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대응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민사회와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혐오표현은 통상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을 모욕, 비하하거나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언동’을 가리킨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토론회에서 “혐오표현은 결국 차별을 정당화, 조정,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차별’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혐오표현 발화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홍 교수는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리”이고 “소수자 혐오가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의 혐오표현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주목도를 높이고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혐오표현을 전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박다해 기자
문제는 혐오표현 자체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표현의 자유가 축소되거나 국가의 규제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는데다 혐오표현의 법적 정의를 내리고 범위를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에 맞서려는 입법 시도도 번번이 좌절됐다. ‘혐오표현규제법안’(김부겸 의원 대표발의), ‘증오범죄 통계법안’(이종걸 의원 대표발의)은 발의 후 각 1달도 되지 않아 모두 철회됐으며 ‘인권교육지원법안’(정성호 의원 대표발의)조차 발의 2달이 채 되지 않아 철회됐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현재 직간접적으로 법을 통해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경로는 형법상 협박죄·모욕죄·명예훼손죄나 (선거기간인 경우)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 비방금지’ 규정이 존재한다”면서도 “이런 규정은 개인적 법익의 침해가 인정될 때만 처벌이 가능할 뿐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형사처벌만으론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결국 국가기관이 “혐오표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구시 선관위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후보자들의 혐오표현에 대응해달라고 요청하자 각 후보자에게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혐오·차별 발언 및 행동을 자제하며 이번 지방선거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반면 서울시 선관위는 미온적이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장은 “지난 4월 혐오표현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같이 토론하자고 의견서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각 후보와 정당에 선거 관련 책자를 발송할 때 혐오표현, 혐오선동에 대한 설명과 그러한 언행과 글귀는 삼가야 한다는 안내, 모든 후보가 토론 중에 그러한 언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 정도의 입장표명이 법 개정 없이 어렵다는 선관위 태도는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의 역할도 촉구했다. 장 팀장은 “적어도 이번 여름까지는 총선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기본 입장과 대응책을 발표하고, 이를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인지시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차장 역시 “국가인권위, 선관위, 법무부, 검찰 등에서 특히 선제적으로 정당과 후보자 등에게 혐오표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책권고를 하는 등 관련 홍보교육을 선거 이전부터 펼칠 것을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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