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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2 17:33 수정 : 2019.08.12 22:58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12일 열린 베이징 행동강령 25주년 국제여성포럼에서 성평등 노동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박다해 기자

12일 베이징 행동강령 25주년 기념 국제여성포럼
“여성 대상화하는 여성노동정책에서 성평등노동정책으로”

여성노동자…시간제, 초단기 일자리에 몰려
여성이 ‘독립된 생계부양자’로서 일하도록 정책 전환해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12일 열린 베이징 행동강령 25주년 국제여성포럼에서 성평등 노동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박다해 기자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증대한다” “동일노동 또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성중립적 기준으로 직무평가구조를 장려한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가 발표한 행동 강령이다.

유리천장지수(2019년 기준, 이코노미스트지)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회원국 중 꼴찌, 성별 임금 격차 36.7%로 오이시디가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부동의 1위. 강령 발표 25주년을 앞둔 올해 한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베이징 행동강령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여성노동정책에서 성평등노동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베이징 행동강령 25주년 기념 주요분야 이행점검 국제여성포럼’에서 ‘여성과 경제’ 부문 발제를 맡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정부의 ‘여성노동정책’이 여성을 오히려 분리하고 대상화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돌봄이나 가사노동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 직종, 직장 등을 성별에 따라 분리하는 데다 여성 노동자가 많은 영역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이란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노동자의 22.2%(2018년 기준)가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으며,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50.7%로 남성(33.2%)보다 높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73%가 여성인데 견줘 여성관리자 비율은 12.5%, 기업 이사의 여성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서울시 여성 임금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08년 158만원에서 2017년 212만원으로 올랐지만, 남성노동자의 임금은 250만원(2008년)에서 326만원(2017년)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남성임금 대비 여성임금 비율은 63.2%에서 불과 1.8%p(포인트) 올라 65.0%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채용 시 남녀 합격자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는 등 조직적으로 성차별이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이처럼 채용부터 업무 배치, 임금이나 승진 등 전 영역에 걸쳐 성별에 따른 차별이 이뤄지는데도 정부의 정책은 임신·출산·육아에만 집중돼 있다고 배 대표는 짚었다. 실제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여성의 경력단절 실태 및 정책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 ‘낮은 임금이나 긴 근로시간, 계약 기간 만료’ 등의 근로조건이 가장 높은 응답률(27.5%)을 기록해 ‘임신, 출산’이란 응답(13.7%)의 두 배를 넘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이나 ‘출산 전후 휴가 급여 상향’,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 상향 및 급여 확대’와 같은 정책만으로는 노동시장의 심각한 성차별을 완화하기 어렵단 얘기다.

배 대표는 “정부는 여성을 ‘활용해야 할 인력’으로만 설정하고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만을 정책 철학의 기반으로 상정하고 있다”며 정책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혼 여성이 생계부양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남성 직원에게 성과를 넘겨달라는 강요를 받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각자 독립된 생계부양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복지 전 분야에서 정책 철학을 전환하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성 고용의 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정규직 및 비정규직 성별 분리 통계 △신규 채용자 중 여성 비율 △전체 부서 중 여성인력 30% 미만 부서 비율 △남성 대비 여성 승진 비율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현황 △고용유지율 등의 항목을 신설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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