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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8 20:07 수정 : 2019.10.08 20:14

국회의사당.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육아휴직 이후 면직 비율도 절반 달해
여성 보좌진도 ‘경력단절’

9급 보좌진 여성 비율은 62.54%
4급 보좌진 여성 비율은 8.57%

“정책·예산 논의 때 남성 편향적 시선 담긴다”지적도

국회의사당.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의원님은 출산휴가를 주겠다고 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직원이 많은 업무를 나누어 해야 하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어요.”

국회의원실에서 10년 동안 정책 담당 일을 맡아온 30대 중반 비서관 이은혜(가명)씨는 2017년 아이를 낳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이씨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얼굴에 ‘철판’을 깔기 쉽지 않았다”며 “의원실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여전히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도 말했다. 이처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의 활용은 은혜씨의 경우처럼 아직 ‘남일’에 가깝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국회의원 보좌직원 육아휴직 제도 사용 현황’을 보면, 지난 9월 기준 전체 국회 보좌진(남성 1651명, 여성 734명) 가운데 출산휴가,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보좌진은 여성 25명, 남성 10명으로 35명뿐이다. 최근 3년(2016∼2018년) 동안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뒤 복귀하지 못하고 면직된 보좌진 비율도 58.8%(2016년), 42.8%(2017년), 43.3%(2018년)로 여전히 높았다.

육아휴직 등을 가면 대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의원실은 업무의 특수성을 이유로 들어 대체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이런 문화가 여성 보좌진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 비서 ㄱ씨는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나 ‘가임기’가 가장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시기”라며 “최선을 다해 일해도 아이를 낳은 뒤 다시 못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육아휴직 시 대체 인력을 활용하기보다 아예 가임기 여성을 덜 뽑으려고 한다”며 “보좌관(4급), 비서관(5급) 등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여성도 드물고 ‘알음알음’ 채용이 이뤄지는 국회 안에서 여성 보좌진의 생존은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현재 국회 보좌진 2385명 가운데 여성 보좌진은 734명으로 전체의 30.7%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정책보다 의원실 안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8, 9급 비서에 몰려 있다. 여성 직원 비율은 9급 62.54%, 8급 60.68%로 절반이 넘지만 7급(37.95%)부터 그 비율이 급격히 떨어져 6급은 26.8%, 5급은 20.6%에 불과하다. 여성 보좌관(4급) 비율은 8.57%로 10%를 채 넘지 않는다.

이러한 국회 보좌진의 성비 불균형은 입법 논의나 예산 심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이씨는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 보좌진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정책을 만들 때 한 관점으로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젠더(여성) 관련 정책은 비중을 크게 두지 않고 늘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여성 비서 ㄴ씨는 “성인지 예산을 심사할 때도 ‘성인지’가 뭔지 관심조차 없는 남성 보좌진이 많아 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국회 보좌진이 특수한 근무환경을 지닌 것은 맞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이 여성에게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불평등·불합리한 구조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출산휴가·육아휴직을 권하고 있는 만큼 국회 안에서도 대체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남성 육아휴직의 의무화를 도입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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