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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17:14 수정 : 2019.10.24 21:47

프랑수아 라보르드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PFDM) 회장
여성 언론인 처지 ‘올려세우면 다시 내려오는 대나무’ 같아

“프랑스가 성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는데, 아닙니다. 여성 의원 비율을 정해놓은 법이 있어도 벌금을 내면서 버티는 정당도 있어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라보르드(사진)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PFDM, Pour les Femmes Dans les Media) 회장은 23일 오후 한국여기자협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79년부터 30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공영방송인 <프랑스2> 채널에서 단독 앵커를 맡았던 그는 프랑스 여성언론인들 사이 ‘대모’와 같은 존재다. 프랑스 시청각 최고위원회 위원, 고등평등위원회 회원 등도 역임했다.

프랑스에서 기사와 칼럼·사설 등 오피니언을 쓰는 이들 가운데 여성은 12.5%에 불과하고, 저녁 6~8시 방송 프라임타임에 출연자 중 여성 비율은 29%에 머물고 있다. 티브이·라디오가 보유한 ‘정치 게스트’ 명단에서 여성 비율은 27%다. 라보르드 회장은 “여성언론인들은 전통적으로 교육, 패션, 요리 같은 분야를 맡아왔다. 내가 경제문제를 방송에서 본격 얘기한 첫 여성앵커인 셈인데, 위로부터 남성 출연자보다 말이 많다며 말을 줄이라는 지시를 수없이 받았다. 심지어 내가 준비한 질문을 남성 패널에게 넘기기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2011년 여성언론인협회를 창설한 이유도 이런 현실에 맞서기 위해서다. 방송계의 국장급·임원급 여성 70여명이 참여하는 이 단체는 매해 주목할 만한 여성작가와 여성언론인들에 대해 시상을 한다. 올 5월엔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12개 방송사나 언론관계사 대표들이 참여해 사내 성희롱과 성차별 문제에 적극적 조치를 취한다는 선언문에 서명토록 하기도 했다. 젊은 여성언론인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펼치고 있다.

라보르드 회장은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유리천장’이란 익숙한 말보다 ‘대나무 천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에서 서구 여기자에 대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자 대다수 언론사들이 그러면 여성기자를 보내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여성언론인들이 거세게 맞서며, 종군기자에 여성들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씁쓸한 점도 있다. 남성들이 양보한 건 종군기자가 예전만큼 명예롭지도, 돈이 되지도 않는 업무가 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사이 경영 쪽 주요 자리로 옮겨갔다. 겨우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또 내려와 드리우는 대나무 가지와 같은 상황이다.” 그는 여성언론인협회의 상을 탄 한 여성기자 사례를 들려줬다. “시리아를 취재해 전쟁에서 ‘강간’이 무기화되는 현실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위에서 처음엔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 그런데 리비아에서 남성들도 강간당한다는 사실을 어필하자, 그때부터 갑자기 중요한 아이템이 됐다고 하더라.”

라보르드 회장은 “여성언론인들의 취재에 대해 ‘능력’보다 ‘여성’이란 점과 결부시켜 보려는 편견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성들이 자꾸 성적 이슈와 결부해서 말해 여성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이 이상하다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싸우는 것보다 때로는 설득하고 아부도 하며 영리하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믿는 일이다.”

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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