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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클레어 맥그린 영국 더럼대학 교수, 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삭제팀장(왼쪽부터)이 한국과 영국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책에 대해 좌담을 나누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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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초대 좌담회
“유통 음성화·가벼운 처벌 등 공분”
클레어 맥그린 영국 더럼대 법학교수
“페이스북과 동의없는 이미지 공유 대응”
피해자지원센터 박성혜 삭제팀장
“국외불법 성인사이트 피해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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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클레어 맥그린 영국 더럼대학 교수, 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삭제팀장(왼쪽부터)이 한국과 영국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책에 대해 좌담을 나누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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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크웹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점점 음성화되고 있는데 한 나라의 수사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이런 웹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이 부분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발생하기도 했죠.”(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영국 정부도 디지털 성범죄가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유포된) 이미지가 올라오는 웹사이트는 다른 나라의 호스팅(홈페이지나 웹서버 기능 대행 서비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결이 힘들죠. 영국에서도 이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국제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수 피해자들이 지원을 못받곤 해요.”(클레어 맥그린 영국 더럼대학 교수)
한국과 영국의 시차나 거리가 무색할 정도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지점은 양국이 맞닿아있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컨퍼런스’ 개최를 앞두고 지난 14일 기조발제자인 클레어 맥그린 영국 더럼대학 법학과 교수와 박성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삭제팀장을 초대해 장관 접견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과 영국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피해자 지원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불법촬영물 대응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진행자로 나섰다.
맥그린 교수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성폭력과 관련해 법적인 규제방안을 20년 넘게 연구해 온 전문가다. ‘이미지 기반 성폭력’에는 불법촬영, 보복성 영상물부터 딥페이크(진짜와 구별되지 않는 가짜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 기술을 활용해 포르노 영상에 사진을 합성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본사와 함께 동의없는 성적인 이미지 공유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제적인 협력 없이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거나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다는데 크게 공감했다. 다른 성범죄와 달리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를 통해 피해가 얼마든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여러 국가 간 공조는 더욱 필수적이다. 피해의 심각성에 견주면 수사도, 처벌도 미온적이란 지적 역시 양쪽에서 모두 나왔다. 또 죄질에 합당한 처벌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장미혜 선임연구위원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선 불법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큰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이정옥 장관 정부는 2017년 9월 처음 범부처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또 여가부를 중심으로 민관협의체인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를 통해 소관 부처 간 협업체계를 마련하고 부처별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 주관부처로서 지난해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새롭게 운영해 피해자에게 상담 및 삭제, 수사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센터 개소 이후 9월 말까지 총 2400여명이 피해를 접수했고 총 11만 9000여건을 지원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선 관계 기관 간 유기적 협업이 무엇보다 필요한데요. 센터는 경찰청 ‘불법촬영물 등 추적 시스템’을 공동이용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웹하드 사이트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시스템’을 시험활용하는 등 관계 부처와 적극 협력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틀 전엔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의 유통 방지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고요.
장미혜 영국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정부 차원의 어떤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디지털 성범죄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설명 부탁드립니다.
클레어 맥그린 교수 영국 정부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조처가 있었습니다. 관련법을 재점검하겠다고 하지만 진전을 보기까진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종합적인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한국 사례를 보고 (참조해) 마련해야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도 (기존의) 성범죄와 동일하게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는 어린이·청소년 성착취 이미지를 제작하는 행위는 10년, 유포할 땐 2년 징역형까지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는데요.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장미혜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지원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피해자 지원 사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성혜 팀장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경우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물이 삭제되지 않으면 재유포로 인해 피해가 계속 재생산되기 때문에 영상물의 삭제가 피해회복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희는 삭제지원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12월까지 보다 효율적이고 상시적인 피해영상물 검색을 위해 ‘삭제지원시스템’(가칭)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수작업으로 검색해왔습니다. 최근엔 경찰청과 핫라인을 활용해 불법 영상물이 올라온 사이트를 폐쇄한 사례가 있습니다. 운영자가 삭제요청에도 불응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게시했기 때문에 폐쇄까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도 적극 협조해 운영자가 검거됐고, 현재 재판 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미혜 최근 다크웹을 통한 아동 성착취물 유포·소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국제적인 관심과 사회적 공분이 함께 일어났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정옥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점점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것 같습니다. 웹사이트가 국경을 넘어서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청도 인터폴 등과 협력하는 경우가 전보다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도 나왔는데요,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길 촉구합니다. 여가부는 지난해 대법원장과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맥그린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영국에서도 경찰 관련 기관이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요, 사실 피해 정도가 가장 심각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만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지원 못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성혜 실제로 센터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플랫폼별 삭제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해외 불법 성인사이트(27.6%)와 피투피(P2P·27.4%)에 대한 실적이 가장 높았습니다. 해외 사이트의 경우 국내 법망을 피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삭제 요청이 수용되지 않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 5월에는 유의미한 협력 사례도 있었는데요. 센터가 트위터와 같이 협력해 전용 삭제창구를 열었습니다. 센터의 삭제요청을 우선 검토해 할 수 있는 창구인데요. 센터에선 지속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해 전력을 다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맥그린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행하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에 투자하는 일도 필수적이고요. 대기업이 광고 효과를 내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요.
이정옥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를 하는 건 너무 쉽고 스스로 가해자라는 인식도 거의 없습니다. 반면 피해 복구는 매우 어렵고 피해자가 받는 상처도 굉장히 깊은, 특수한 형태의 새로운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부처와 제도적 틀을 만들면서 동시에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확실한 ‘범죄’라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유포 뿐만 아니라 이런 영상을 소비하는 것도 범죄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보다 엄격히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에도 역점을 둘 예정입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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