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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6 09:06 수정 : 2020.01.16 09:09

그래픽 이임정 기자

5년차 제주도민이 짠 3가지 하루 여행 코스
숙박도 휴가 신청도 필요 없는 투어
“제주의 안 유명한 곳에서 발견한 우연한 기쁨”

그래픽 이임정 기자

아침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차로 제주 시내를 빠져나가는 중이다. 아름다운 여행지가 동서남북 촘촘하게도 많은 제주도이지만, 어디를 가야 할까?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한 여행 지도를 펼쳐 본다. 의외로 새로운 곳은 별로 없다. 한라산이나 성산 일출봉에 오르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게다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은 제주의 정취와 별 관계도 없는 공룡이나 캐릭터 박물관 등에 더 관심이 있는 눈치다. 휴식을 위해 찾은 제주이지만,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는 것만 같다. 자,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갈 것인가?

5년차 제주도민인 기자의 자존심을 걸었다. 의심하지 마시라. 무려 당일치기로도 제주의 아름다움 풍광과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일정을 구성해봤다. ESC는 제안한다. 호텔 예약도, 휴가 신청도 할 필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종일 돌아다녀도 괜찮을 ‘상식적 수준’의 체력과 약간의 순발력, 그리고 카메라의 넉넉한 저장 공간뿐이다.

단 하루의 시간 동안 누리는 ‘최대한의 제주’가 여기 있다. 첫 비행기로 도착해 차를 렌트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기까지 가장 압축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제주의 자연을 즐겨보자. 전쟁 같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을 위한 ‘힐링’도, 학교와 학원 뺑뺑이에 고통받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복한 하루도, 감성 터지는 ‘에스엔에스(SNS) 핫스팟’도 여기에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서울 촌놈’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제주 이주 초반에는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를 골라 열심히 다니곤 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쁜 건 ‘우연한 발견’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천지연 폭포에 ‘입장’하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운동하는 칠십리 시(詩) 공원을 거닐다가 우연히 들어선 폭포 전망대에서 한라산의 우아한 자태와 천지연 폭포의 물줄기를 ‘하나의 프레임’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여행자들은 잘 찾지 않는, 산방산과 바굼지오름의 품에 안긴 대정향교에 들어서면 풍경도 풍경이지만 우선 선인들의 묵향에 취하게 된다. 한여름에도 인파로 북적이지 않는 아름다운 세화 해변의 푸른 바다나 차로 오를 수 있는 군산오름 정상의 절경은 또 어떤가.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제주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그것도 무료로 배워볼 수 있는 제주자연생태공원 방문은 아이들을 위한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족들과 차를 달리다 발길이 멈춘 곳에서 펼쳐진 환상적인 풍광에 감격하는 건 여행자로 제주를 방문할 때에는 누리기 쉽지 않았던 진귀한 경험이다. 그 비밀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3가지로 구성한 제주 하루 여행 코스는 각각 맛이 다르다. 이건 어쩌면 당신의 하루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줄, 제주여행의 ‘진정한 속살’일지도 모른다.

제주/글·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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