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9 17:46
수정 : 2019.12.30 02:06
메이저리그 토론토에 입단한 류현진(32)이 4년간 8천만달러(930억원)에 계약했다. 고율의 세금을 내야겠지만 연봉 2천만달러(약 232억원) 총액은 흔한 말로 ‘대박’이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6년간 3600만달러에 계약했으니 7년 만에 300% 이상 올랐다.
선수 계약 정보 전문 사이트인 ‘스포트랙’(Spotrac)은 2019년 30개 메이저리그 구단의 25인 로스터(선수) 평균 급여 총액이 1억2300만달러라고 밝혔다. 선수당 490만달러를 받는 셈이다. 최고 연봉 선수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우트로 3766만달러(약 437억원)에 이른다.
미국프로풋볼 디트로이트의 쿼터백 매슈 스태퍼드(3070만달러), 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픈 커리(4023만달러) 등 톱스타 연봉은 보통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필립 쿡 등이 쓴 <승자독식사회>를 보면, 1976년 메이저리그 선수의 평균 연봉이 1만9천달러에서 1993년 107만달러로 뛰었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메이저리거의 수입 격차는 이 기간 8배에서 40배 이상 늘었다. 2019년 상황에 대입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메이저리그는 1976년 자유계약선수 제도를 도입했고, 농구와 풋볼이 1980~1990년대에 뒤를 이으면서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선수노조의 영향력도 커졌다. 그런데도 구단이 2500명 안팎의 3대 프로스포츠 종사자들에게 높은 보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중계권, 입장료, 스폰서십 가치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프로농구의 모든 구단이 적자다. 엄밀히 말하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이 없다. 요즘에는 홍보 효과나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년간 지원을 해온 모기업들이 구단에 재정 자립을 요구하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각 프로연맹도 수입 확대를 위해 마케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류현진의 물질적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스포츠 스타의 꿈을 키우는 선수 지망생에게는 큰 동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한편으로 자본주의 첨단을 걷는 미국과 판이한 한국 프로스포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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