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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2 17:44 수정 : 2005.10.12 17:44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자긍심과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먹고 살았던 것 같다. 프로레슬링이 다시 한번 예전의 인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지난 60∼70년대 `박치기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설의 프로 레슬러 김 일(76)씨는 12일 지난 6월 큰 수술 뒤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우렁찬 목소리로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당부했다.

김씨는 동네에 TV가 한두대 밖에 없던 어렵고 힘든 시절에 외국인 거구들을 링 위에 쓰러뜨리며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던 국민적인 스포츠 영웅.

하지만 185㎝, 130㎏의 체구도 고령의 나이와 13년 넘는 투병 생활로 체중은 75㎏으로 줄었고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세월의 무상함을 반영했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심부전 등 합병증에 온정의 손길마저 뚝 끊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링 위의 영원한 챔피언은 초라한 병자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프로레슬러로 주목받고 있는 이왕표 대한종합격투기협회 회장 등 몇몇 지인들만이 병상을 외롭게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런 중에 이날 김씨가 지난 94년부터 11년째 입원중인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을지병원 7211호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열린우리당의 노웅래 의원과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병원을 찾아 왕년의 영웅의 쾌유를 기원한 뒤 박 이사장이 1천만원의 격려금을 전달한 것.


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영웅도 오랜 만의 온정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이왕표 회장은 "을지병원의 배려로 그나마 경제적 부담을 줄였지만 온 국민들의 시름을 달래주고 희망을 줬던 국민적 영웅에 대한 대접으로는 소홀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나 "선생님이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프로레슬링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선생님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종합격투기의 인기와 맞물려 활기를 찾고 있는 프로레슬링도 예전의 인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3년 미국에서 세계레슬링협회(WWA) 타이틀을 획득하고 65년 한국으로 건너와 30여년간 3천여의 경기를 치르며 링 위의 강자로 군림했던 김씨는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나를 잊지 않고 뜨겁게 환호하는 팬들을 볼 때마다 힘을 얻는다. 살아있는 한 프로레슬링의 재건에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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