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골드블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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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l 데이비드 골드블랫
2014 브라질월드컵은 이전에 치러진 그 어떤 스포츠 대회보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축구의 단순함은 단 64경기만으로도 수백 경기가 열리는 (게다가 경기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올림픽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류는 축구를 통해 세계화의 한 단면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축구의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걸까. 축구가 필연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될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축구의 현재 위상은, 리듬감과 단순함 등 본질적인 특징 외에 축구를 둘러싼 역사적인 권력 관계의 결과다. 럭비와 크리켓이 영국에서, 야구와 농구가 미국에서, 체조가 독일에서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을 때 축구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강대국들의 정치·군사적 힘은 이런 스포츠 종목들의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예를 들면 야구는 초강대국 미국이 점령했거나 간접적으로 통치했던 쿠바와 베네수엘라, 일본 등에서 유행했고, 독일과 일본의 종목인 체조와 유도는 이들 나라의 패전과 패망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영국의 스포츠 종목들은 대영제국의 정치·군사적 힘뿐만 아니라 경제·문화적 네트워크에서 파생된 영향력의 도움도 받았다. 축구의 매력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단순하면서 비용이 적게 들고, 경기에 참여하는 인원이나 공간에 제약이 거의 없다. 배우기도 쉽고, 체격이 크든 작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기술이나 팀 공헌도 등 어느 한 가지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손 대신 발과 머리를 사용하는 기술은 전염성이 강하고 심지어 매혹적이다. 축구는 구경거리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탁월한 개인이든 완고한 집단이든 구분 없이 공간을 제공한다. 단순한 룰은 이해하기 쉽다. 3차원 공간의 끊임없는 변화가 주는 흥분과 골이 터졌을 때의 오르가즘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단순하면서 비용 적게 들고머리 식혀주는 기능 등을
축구의 인기비결로 꼽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 혼란스럽고 높은 불확실성
인류의 현실과 똑같아
이런 축구의 본질적 특성이
삶의 지혜를 주는 측면 있어 이런 특징들은 축구가 다른 스포츠 종목과의 경쟁에서 헤게모니를 쥐게 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축구가 왜 다른 종목에서 볼 수 없는 사회적 열정을 일으키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축구가 머리를 식히게 해주는 영화나 서커스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축구가 종교적 미몽에서 깨어난 시대에 새로운 종교적 기능을 한다는 설명도 있다. 각각의 주장은 나름 진실을 담고 있다. 축구는 서커스적 요소와 함께 영화적 요소도 갖고 있다. 개인과 사회적 관계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축구는 믿음과 구원, 기적 등의 언어로 포장돼 있기도 한데, 이런 환상들을 걷어내면 축구의 진정한 힘은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도록 하는 데 있다. 축구의 문화적 기원은 놀이에 대한 욕망과 필요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인간이 실생활에서 유행시킨 놀이는 거침없이 달리고 열광적이면서 대중적인 것이었다. 축구만큼 혼란스러우면서 불확실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기는 없다. 인류가 지금처럼 혼란과 불확실로부터 위협받은 적이 없었고, 자연스러움과 민첩한 대응을 필요로 한 때도 없었다. 축구의 본질적 특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인류가 맞닥뜨린 재난은 신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일으킨 것이다.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다. 축구는 우리가 처한 곤경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삶은 우리 자신을 축구공의 급격한 변화에 노출시킨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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