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22 20:08
수정 : 2014.06.22 21:09
올라, 브라질
중남미팀이 유럽팀 잇따라 꺾자
라틴아메리카 국민들 함께 환호
과거 식민지 고통 등 동질감 작용
침략 악연 지닌 아시아국과 차이
2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있는 팬 페스트 현장은 뜨거웠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됐던 코스타리카가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자 코스타리카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두 명의 남성이 코스타리카 국기를 흔들며 주변 사람들과 얼싸안았다. 이들은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또다른 무리가 기쁨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칠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코스타리카!”를 외치는 함성 속에 “칠칠칠~레레레~ 비바 칠레”라는 구호도 섞여 나왔고, “올레~ 올레~ 멕시코”를 외치는 무리도 있었다. 코스타리카의 승리는 코스타리카만의 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모두의 것이었다.
이번 대회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다. 그래서인지 중남미 팀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물론 브라질과 멕시코가 1승1무로 나란히 A조 1위에 올랐고, 칠레와 콜롬비아도 강호 스페인과 코트디부아르를 각각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메시가 맹활약한 아르헨티나도 2승을 먼저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라틴아메리카 축구팬들은 자기 나라뿐 아니라 이웃 나라의 선전에도 기뻐한다. 이웃 나라가 좋은 성적을 내면 심정이 복잡해지는 한국이나 일본, 중국 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지역에서 만난 마르키나는 ‘중남미 팀이 유럽 팀을 이기면 좋으냐’는 질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는 브라질 사람이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브라질 청년 세르지우는 “우린 아르헨티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르헨티나가 유럽 국가랑 경기를 하면 아르헨티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침략과 지배의 악연을 이어온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문화와 비슷한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 유럽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독재와 싸워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칠레에서 온 엔리케는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유대감이 월드컵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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