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4 18:44
수정 : 2014.07.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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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대표팀 요아힘 뢰프(54) 감독이 14일(한국시각)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주먹을 들어 보이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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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브라질월드컵
브라질 이어 아르헨티나도
조직력 강한 독일에 ‘무릎’
노이어 등 골키퍼 위상 커져
팀보다 강한 선수는 없다. 독일의 우승은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잘 짜여진 팀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뛰어난 선수를 상대로는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뛰어난 팀을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뛰어난 팀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독일과 준결승, 결승에서 맞붙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를 증명했다.
잘 갖춰진 조직력은 조별리그를 거쳐 토너먼트로 넘어오면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우승팀 독일과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8강까지 오른 코스타리카, 3위로 대회를 마친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D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코스타리카는 강적 이탈리아, 우루과이를 만나선 5백 수비를 꺼내들어 상대를 압박했다. 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스페인을 만나선 3백을 세웠다가 16강전 멕시코를 상대론 4백 카드를 꺼내는 등 상대와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수비 숫자를 조절했다. 김대길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상대에 따라 공수 변화를 주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유연성을 갖춘 팀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조직력이 탄탄한 덕분에 한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았고 이는 교체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14일 결승전에서 독일의 연장 후반 결승골을 합작한 안드레 쉬를레와 마리오 괴체는 각각 전반과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선수였다. 네덜란드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5승 중 3승은 교체 투입된 선수가 터뜨린 결승골 덕분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 호주전 결승골을 포함해 교체 출장한 3경기(1경기 선발 출장)에서 2골을 뽑아낸 스무살 멤피스 데파이(에인트호번)는 부자구단들의 영입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 깜짝 등장해 상대의 슈팅 2개를 막아낸 팀 크륄(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몸값도 오르는 중이다.
이들 팀과 달리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준결승, 3·4위전에서 연이어 완패를 당했다. 혼자서 팀을 결승까지 이끌다시피 한 메시도 결승전에는 결국 독일의 조직력에 막혔다.
브라질월드컵은 64경기 동안 171골이 터져 경기당 평균 2.67골이 나왔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2.3골)에 비해 높아진 수치였던 만큼 상대적으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들이 주목받은 대회이기도 했다. 미국의 팀 하워드,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 나이지리아의 빈센트 에니에아마 등이 단기전인 월드컵에서 골키퍼의 가치를 몸소 보여줬다.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고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마누엘 노이어는 최후방 필드 플레이어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들을 거론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만 하던 골키퍼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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